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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얼굴 없는 KBO, 결국 FA 몸값 높인다

새얼굴 없는 KBO, 결국 FA 몸값 높인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19-12-26 16:32
업데이트 2019-12-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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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부족 기존 선수들만 고액 계약

FA거품 논란에도 여전히 몸값 수십억원
대체 선수 없어 구단으로서도 고민 커져
성적 위주 입시교육·출전기회 부족 등 원인
오지환. 서울신문 DB
오지환. 서울신문 DB
스타는 늙어가는데 새로운 스타가 없다. 프로야구 자유계약(FA) 시장이 역대급 한파를 겪고 있음에도 계약한 선수들의 계약액이 결코 적지 않은 이유다. 대체할 만한 경쟁자가 있으면 시장 가격이 낮아질 텐데, 30대 초중반의 중고참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신할 젊은 선수들이 없다보니 구단은 고액에 FA선수들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올해 FA 시장을 살펴보면 새얼굴의 부재가 여실히 느껴진다. FA계약 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해도, 여론을 등에 업은 구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도 선수들에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특정 선수들을 놓고 ‘그만한 금액을 받을만한 선수냐’는 비판 여론이 나오지만 여전히 계약규모는 최소 10억원 이상이다.

지난 20일 40억원에 FA계약을 맺은 오지환에 대해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우리 팀 내야 수비의 중심이자 핵심 전력”이라면서 “과거라면 75억원 정도의 평가가 나오는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 2009년 데뷔한 오지환은 2010년부터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성장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10년간 오지환을 뒷받침하거나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치홍. 서울신문 DB
안치홍. 서울신문 DB
KIA 타이거즈의 두 FA 김선빈과 안치홍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는 데뷔 후 단숨에 팀의 주전 선수로 발돋움했다. 김선빈과 안치홍이 동반입대했던 2015·2016년에 KIA는 새얼굴을 찾아내지 못했고 이들은 군에서 전역하자마자 다시 자리를 되찾았다.

마찬가지로 FA 시장에 나온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은 2001년 데뷔해 지금까지도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맡고 있는데다 여전히 팀의 대체불가 전력으로 남아 있다. 속도는 더디지만 계약이 다 끝난 뒤의 FA시장 규모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우선 아마추어 야구의 문제다. 아마 야구가 입시 혹은 프로지명과 직결돼 있다 보니 선수들은 기본기를 다지기보다는 당장의 성적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현재 고교 야구팀은 역대 가장 많은 80여개에 달하고 해마다 100여명의 신인선수가 데뷔하지만 살아남는 선수는 드물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근 10년간 젊은 유망주 선수들이 많이 없다. 안타와 홈런 등 공격 지표 위주로 훈련이 이뤄지다보니 수비나 주루 같은 야구의 다른 부분에 대한 기본기를 익힐 여력이 없다”면서 “제대로 기초를 못 다지면 프로에 와서 고치기 어렵다. 학생들만 희생당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프리미어12에서 일본에 패하고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프리미어12에서 일본에 패하고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프로 역시 성적을 생각해야하다보니 신인 선수를 키울만한 상황이 안되는 문제도 있다. 새로운 스타의 부재는 지난 11월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두드러졌다. 10년 전에도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여전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한국은 성장세가 돋보인 대만과 일본에 연거푸 패배했다. 구단마다 하나같이 ‘리빌딩’을 지상과제로 내세우지만 시즌을 치르다가 성적에 위기가 오면 결국 젊은 선수들의 출전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일부 통계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선수가 출전 기회를 많이 받으면 그만큼 그 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팀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선수들은 계속 출전 기회가 주어지고, 성적에 부침이 있더라도 ‘언젠가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얻게 되면서 더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물론 스타선수들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지만 기회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한다.

반면 유망주들은 더 적은 출전 기회에서 자신의 평균을 찾기까지 팀에서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보니 자리잡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일찍 접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10년 전, 15년 전의 스타가 여전히 높은 몸값의 현역 선수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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