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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일의 기적‘에 사우디아라비아 들썩 공휴일 지정 “아랍의 승리”

‘루사일의 기적‘에 사우디아라비아 들썩 공휴일 지정 “아랍의 승리”

임병선 기자
입력 2022-11-23 06:39
업데이트 2022-11-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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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지즈 빈 투르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겸 체육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루사일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아르헨티나와의 1차전이 2-1 승리로 끝나자 환호작약하고 있다. SNS 캡처 로이터 연합뉴스
압둘라지즈 빈 투르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겸 체육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루사일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아르헨티나와의 1차전이 2-1 승리로 끝나자 환호작약하고 있다.
SNS 캡처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의 복병’ 사우디아라비아가 22일(현지시간)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2-1 역전승으로 장식하자 정부가 다음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걸프지역 유력 일간지 ‘칼리즈 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이 일제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아르헨티나전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경기 다음날인 2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칼리즈 타임스는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이변으로 언급되는 1990년 월드컵에서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잡은 뒤 카메룬도 곧바로 공휴일을 선포한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연출한 이변은 아랍 전체의 기쁨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보통 약팀을 응원하는 언더독이 받는 성원을 훨씬 뛰어넘는 응원이 아랍권에 물결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 등 이번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 자국 국기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왔던 중동 국가 팬들은 한목소리로 아랍 축구의 자존심을 세운 사우디아라비아를 응원했다.

두바이의 에미르이자 UAE 부통령 겸 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알 막툼은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승리할 자격이 있는 팀이다. 전투적으로 경기했다”며 축하 인사를 남겼다. “아랍에 기쁨을 준 사우디아라비아를 축하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다”는 말도 보탰는데 이날 승리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전반 10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집어넣었을 때만 해도 ‘루사일의 기적’을 예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8만석 규모의 루사일 스타디움을 사실상 점령했던 아르헨티나 팬들은 ‘전설’의 골에 환호했다.이때 골대 뒤쪽에만 모여 ‘한 줌’에 불과했던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전반에만 7개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묘한 수비에 고전하며 추가 골을 넣지 못하자 경기장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카타르 방송사 알자지라는 문자중계를 통해 “전반전에 아르헨티나가 한 골 득점에 그치자 사우디아라비아 응원단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대로 조금씩 커지는 응원 소리를 등에 업은 사우디아라비아는 후반 3분 만에 살리흐 샤흐리가 왼발 슛으로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5분 뒤에는 살림 다우사리가 아르헨티나 수비진 4명을 벗겨내며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경기를 2-1로 뒤집자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기울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를 펼쳐든 팬들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유명 시장 수크 와키프에서 손뼉을 마주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도하 EPA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를 펼쳐든 팬들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유명 시장 수크 와키프에서 손뼉을 마주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도하 EPA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를 목에 두르거나 휘감은 팬들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유명 시장 수크 와키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도하 EPA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를 목에 두르거나 휘감은 팬들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유명 시장 수크 와키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도하 EPA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한 경기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감격한 이들이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국기를 휘날리며 감격을 만끽하고 있다.  리야드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한 경기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감격한 이들이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국기를 휘날리며 감격을 만끽하고 있다.
 리야드 AFP 연합뉴스
예멘 수도 사나의 팬들이 대형 TV로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입장한 가게 안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를 지켜보며 자신들의 것인양 기뻐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가게에 돈을 지불하고 입장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나 EPA 연합뉴스
예멘 수도 사나의 팬들이 대형 TV로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입장한 가게 안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를 지켜보며 자신들의 것인양 기뻐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가게에 돈을 지불하고 입장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나 EPA 연합뉴스
알자지라는 이 장면을 “아르헨티나 팬들의 드럼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은 스스로 낸 목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희열에 빠졌다”고 묘사했다. ‘일당백’으로 루사일 스타디움을 쩌렁쩌렁 울린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은 경기 막바지 추가 시간이 한없이 늘어나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대로 경기가 끝나자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마치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며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팬 구역에서 응원하던 사우디아라비아 팬들도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에 옷을 벗어던지며 기뻐했다.

일부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이 단체로 메시의 라이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호우’ 세리머니를 따라 하는 장면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 전체를 대표팀의 상징인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응원하던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도 한마음으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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