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이승훈(22.한국체대)의 첫 발걸음은 초라했다.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고 나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이 처음 스피드스케이트 부츠를 신은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그나마 다른 사람의 스케이트화를 빌려서 탔다.

　어릴 적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빙상에 입문했지만 중학교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잘 나가는’ 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승훈으로선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승훈은 “처음치고는 편했다.마치 오랫동안 해왔던 느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ｍ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한국 선수단에 ‘1호 메달’을 선사한 이승훈은 15일(한국시간) 밴쿠버 ‘코리아 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솔직히 처음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했을 때 이 자리까지 올지 생각도 못했다”라고 수줍게 미소를 보였다.

　이승훈은 지난해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정신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그러다가 스피드스케이팅 얘기가 나왔고,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와 의기투합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승훈은 “처음 스피드스케이트화를 처음 신은 게 지난해 7월이었다.빙상장에서 다른 사람의 스케이트화를 빌려서 탔다”라며 “생각보다 괜찮았다.처음 느낌치고는 편했다”라고 옛일을 떠올렸다.

　종목 선택도 전략적으로 결정했다.단거리 종목에 필요한 순발력과 파워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이승훈은 쇼트트랙을 통해 단련된 지구력을 앞세워 장거리 종목에 올인했다.

　이승훈의 첫 경쟁상대는 장거리 전문 최근원(의정부시청)이었다.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발전에서 5,000ｍ 경기에 앞서 1,500ｍ를 먼저 했는데 (최)근원 형이 ‘잘 타는데!’라고 칭찬해줘서 힘이 났다”라며 “5,000ｍ 경기에서 (최)근원 형을 이기려는 것보다 편하게 마음먹고 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출발신호와 함께 빙판을 미끄러져 나간 이승훈은 6분48초00의 기록으로 최근원(6분51초81)보다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그리고 이어진 월드컵 시리즈에서 이승훈은 신기록 경신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 메달리스트로 우뚝 서게 됐다.말 그대로 ‘빌린 스케이트화 기적’의 완성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