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남편을 시켰다면…여자 강간죄 성립될까?

남편을 시켰다면…여자 강간죄 성립될까?

입력 2010-04-13 00:00
업데이트 2010-04-13 15:4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흔히 강간이라고 하면 남자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욕보이는 것(형법 297조)을 말한다. 그런데 여자가 강간죄로 구속된 사건이 생겼으니 정말 해괴망측한 일이다. 돈 4만원 때문에 빚어진 이 「여자 강간사건」의 이면을 뒤져보면…

[선데이서울 73년 4월 22일호 제6권 16호 통권 제 236호]

이미지 확대
京畿(경기)도 加平(가평)군 상면 한마을에 사는 咸(함)모여인(38)은 조그만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일정한 직업 없는 남편 崔(최)씨(45)와 세딸을 거느리고 살아왔다. 음식점이라곤 하지만 의자 몇 개 놓고 때묻은 탁자 서너 개에 종업원 한 명도 없이 하는 것이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작년 10월 이웃마을에 사는 과부 金(김)모여인(39)으로부터 돈 4만원을 빌려서 남편에게 잣 장사를 시켰다. 잣을 사서 서울에 갖다 팔면 장사가 꽤 된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노릇이었지만 오히려 밑천을 다 까먹고 빚만 지게 되었다. 『수일 내로 갚아 주겠다』고 한 돈을 못 갚아 주게 되니 과부 김여인은 거의 매일 찾아와『내 돈 내놓으라』고 성화였다. 이때부터 함여인은 김여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종의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함여인의 남편 최씨는 어느 날 김여인을 찾아갔다. 『잣 시세가 좋지 않아 그동안 재미를 못봤는데,요즘 서울의 잣 시세가 높이 뛰었다고 해서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향현리로 잣사러 가는 길』이라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은근히 꾀었다.

잣장사가 괜찮다는 말을 김여인도 들었던 터라 선뜻 따라 나섰다. 향현리에서 잣을 조금씩 산 최씨와 김여인은 등성이 너머 상면 대곡리에 잣이 많다는 말을 듣고 다시 그곳으로 갔다.



호젓한 산길을 단둘이 걷던 중 최씨는 별안간 김여인을 골짜기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소리 질러 봐야 소용없다. 말 안들으면 죽여 버릴 테다』험악한 얼굴로 협박을 하면서 억지로 김여인의 옷을 벗기고선 욕심을 채우고야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김여인은 분하고 원통했으나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잘못하다 시부모라도 알게 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아무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기만 했다.



최씨는 뻔뻔스럽게도 사흘 뒤에 다시 나타났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배추밭이 싼 게 있다는데 같이 가서 보지 않겠느냐』며 김여인을 또 끌어냈다.

김여인으로서는 거절하고 싶었으나 『내 말대로 안하면 모든 사실을 시부모에게 일러바치겠다』는 최씨의 협박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따라나섰다.



청평 어느 여인숙에서 김여인은 또 한번 최씨에게 당했다.

그 뒤로 같은 방법으로 최씨에게 세 번째 욕을 본 김여인은 억울하고 분했지만 빌려 준 돈 4만원은 받아 내야겠다는 생각에 어느날 최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김여인을 방으로 들어오게 한 최씨와 그의 부인 함여인은 이상한 눈짓을 서로 주고 받더니 방문을 잠그고 별안간 부부가 합세해서 김여인에게 달려들었다.

김여인의 팔을 뒤로 비틀어 붙잡은 함여인은 『우리 남편이 당신을 좋아해 그러니 앙탈 부리지 말고 재미나 보라』고 했고,최씨는 씩씩거리며 김여인의 아랫도리를 홀랑 벗겨 버렸다.

김여인은 꼼짝 못하고 함여인이 보는 앞에서 그의 남편에게 또 한번 욕을 보았다.

사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합세해 김여인을 욕보인 최씨 부부는 그 뒤 김여인을 불러 『이제는 네가 우리 남편과 정을 통한 게 사실로 드러났으니 너를 간통죄로 고소하겠다. 감옥살이 하고 싶지 않거든 30만원을 내놓으라』고 거꾸로 협박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식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김여인으로서도 그 협박에까지 넘어갈 수는 없었다.『세상에 이럴수가 있느냐』고 울며불며 그들의 요구를 끝내 거절해 버렸다.

만만하게 넘어갈 줄 알았던 김여인이 자기들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게 되자 함여인은 드디어 자기남편과 김여인을 걸어 간통죄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함여인의 고발장을 받은 가평경찰서는 간통죄 고발에 따라야 할 그들 부부의 이혼절차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접수해 주지 않았다.

난처해진 함여인은 직접 경찰서에 찾아와『이혼수속은 차차 할 테니 우선 김여인을 구속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건의 내막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경찰이 김여인을 불러 진상을 물어보니 김여인은 울면서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았다.

빚진 돈 4만원 때문에 일어난 부부공모의 강간죄는 결국 함여인과 최씨의 구속으로 일단락 지어졌으나 피해자인 김여인은 이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어떠한 불행과 슬픔이 닥칠지 모르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됐다.



이 사건은 최씨부부의 합세로 욕을 보기 전에도 두 차례나 최씨와 동침한 김여인이 과연 강제로 욕을 본 것인가 등도 법률적으로 가려야 할 것이지만 龍太朠(용태영)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자끼리라면 물론 강간죄는 성립이 안된다. 그러나 이 경우는 공동정범으로서 여자도 강간죄와 같은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이를테면 여자는 남자의 강간행위에 加功(가공)을 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강간죄로 처벌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여자의 행위를 일상용어로는 방조라 하지만 이 경우는 방조죄가 아니고 남자와 같은 죄명으로 처벌을 받는다』

<가평=李義宰(이의재) 기자>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