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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용산개발 어떻게 되나

‘일촉즉발’ 용산개발 어떻게 되나

입력 2012-10-07 00:00
업데이트 2012-10-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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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단계개발 변경 안되면 사실상 청산 수순…서부이촌동 주민 경매피해 우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낀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개발 방식을 둘러싼 내홍이 심각해 과연 암운을 걷어내고 다시 순항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대로 침몰할 것인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만약 사업이 이대로 좌초하면 막대한 비용 손실과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상당수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집을 날리는 등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통합개발’ VS ‘단계개발’…사업 청산도 각오한 코레일 = 개발 방식에 대한 견해차에서 비롯된 주요 출자사간 다툼이 극으로 치달아 우려를 낳고 있다.

토지주이자 시행사(드림허브) 최대 주주인 코레일은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를 하나의 사업지구로 묶어 통합 개발하는 현행 사업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연면적 317만㎡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부지를 단기간에 분양하면 대량 미분양으로 자금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레일 송득범 사업개발본부장은 “현행 통합개발도 순차적으로 분양한다고는 하지만 간격이 너무 짧다”며 “가수요가 붙는다면 연달아 분양해도 괜찮지만 지금 시장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한 구역의 분양을 마무리해 자금을 확보한 뒤 차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드림허브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 코레일의 생각이다.

시행사와 달리 AMC는 롯데관광개발이 지분의 70.1%, 코레일이 지분의 29.9%를 각각 갖고 있어 사업계획 등에 대한 의사를 관철시키기 어려운 구조라고 코레일은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코레일은 오는 19일 열리는 드림허브 이사회의 첫번째 안건으로 롯데관광개발의 AMC 지분 중 옛 삼성물산 지분 45.1%를 인수하는 방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코레일이 원하는 단계적 개발방식으로의 변경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는 것이 롯데관광개발 등의 반론이다.

용산 철도부지창과 서부이촌동을 나눠 순서대로 개발하면 완공 시기가 최소 3년6개월 이상 지연돼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서부이촌동 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늦어져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사업계획을 변경하려면 주민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과반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뿐더러 시일이 촉박해 사업계획이 백지화할 우려가 있다고 롯데관광개발은 주장한다.

도시개발법상 개발구역으로 지정된 후 3년 안에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하지 못하면 개발구역 지정이 자동 해제되는데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자동 해제 시점이 내년 4월로 6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레일은 개발방식 변경이 주민동의를 다시 구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AMC 경영권 장악에 실패하면 개발방식 변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사실상 이번 사업의 청산 수순에 들어갈 방침이어서 파행을 예고한다.

현재 자본금이 400억원도 채 남지 않은 드림허브는 코레일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연말까지 설계용역비, 땅값 이자, 종합부동산세 등을 납부하느라 실제 부도날 가능성이 크다.

◇청산시 막대한 손실…주민들 집 날릴 수도 = 만약 정말로 사업이 청산될 때는 엄청난 후폭풍이 밀어닥칠 전망이다.

우선 출자사들이 낸 1조원의 자본금과 1차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조달한 1천500억원은 거의 다 허공으로 사라진다.

코레일이 선매입한 랜드마크빌딩의 1차 계약금 4천161억원도 날릴 수밖에 없다.

토지 매입을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2조4천363억원의 상환 책임도 큰 골칫거리다.

롯데관광개발 등은 사업 무산시 토지주인 코레일이 이 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코레일은 드림허브와 금융기관 사이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막대한 비용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배상을 받아내고자 서로 간에 어지러운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업 무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허공에 날린 출자금을 대신 반환하라는 요구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사업지구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거취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의 발표 이후 급등한 집값 거품이 한순간에 꺼지면 상당수 주민이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겪을 염려가 있다.

드림허브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주민 2천298가구 중 절반이 넘는 1천250가구가 가구당 평균 3억4천만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월 평균 143만원의 이자를 꼬박꼬박 납부하는 해당 주민들로서는 시세가 폭락하면 더 버티지 못하고 집을 경매에 내놓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도 벌써 서부이촌동에서 30건에 가까운 부동산 경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주민들이 법적 소송과 시위 등으로 울분을 표현하리라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호재로 분양 광고를 낸 용산구 일대의 수많은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의 분양 계약자들이 허위 광고에 따른 계약 취소나 배상을 요구하는 줄소송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이 정말 무산되면 서부이촌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민란’에 가까운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용산은 물론 동작구나 마포구 신규분양에서도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인용한 사례가 있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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