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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죄는 미국> 신흥국 흔들리면 韓경제에 부정적 영향

<돈줄 죄는 미국> 신흥국 흔들리면 韓경제에 부정적 영향

입력 2013-12-19 00:00
업데이트 2013-12-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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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한국 경제에도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의 외환·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을 증폭시키면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신흥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가 한국까지 전달될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의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등 거시지표를 볼 때 실현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외환·금융시장에 중장기 여파

미국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월 850억달러인 양적완화(QE) 규모를 내년 1월부터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줄인다고 19일 밝혔다.

일단 한국 경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여름 양적완화 축소 예고만으로도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을 크게 흔들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은 초대형 이슈이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축소는 경제와 금융시장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취약한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자본이 대거 유출되는 상황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통화가치 급락(환율 급등), 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져 실물 경제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환율이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외환시장이 작지 않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그동안 하향 곡선을 그려온 환율이 급반등, 원화 가치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돼 주식·채권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1천조원에 육박하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변동금리·거치식 일시상환 대출이 많아 역시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된다.

실물경제 측면에선 양적완화가 신흥국 경제에 예상보다 큰 충격을 줘 시장이 위축되면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소지가 있다.

이미 신흥국은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다.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만 쳐도 비중이 40%, 남미까지 범주를 넓히면 70%에 달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위기가 전면화할 가능성은 작지만 우려는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진행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공존하는 녹록지 않은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양적완화 축소와 아베노믹스의 향방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신흥국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고 북한 내부 정세 변화에 따라 동북아 지역의 불안 요인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의 경제 회복, 테이퍼링 관련 불확실성 해소 등은 긍정적이지만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유출 압력 증대 등 자본유출입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부정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 기초체력 ‘튼튼’…”기우에 불과할 수도”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의 배경과 ‘예고된 악재’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재부는 “단기적으로 자본유출, 엔화 약세 심화 등으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양호한 경제 기초체력과 그간 한국물 지표 움직임 및 미 연준의 결정 직후 한국물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부정적 영향의 정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이번 양적완화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가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려고 축소 규모를 최근 시장의 예상 수준(100억∼150억달러)에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다른 신흥국과 견줘 튼튼하다는 점도 양적완화 축소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볼 수 있는 배경이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천450억달러로 사상 최대, 전체 대외 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로 1999년 6월(27.0%) 이후 가장 낮다.

무엇보다 견고한 수출 신장세에 힘입어 경상수지는 지난 10월 95억1천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2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양적완화 축소를 단순히 악재로만 여길 게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양적완화 축소를 ‘비정상의 정상화’ 조처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2008년 리먼 사태로 경제 위기를 맞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미 0%대인 기준금리를 더 낮추기 어렵자 내놓은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다.

연준은 달러화를 찍어내 국채 등을 사들이리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풀었다.

무차별적인 달러화 살포는 금리를 낮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고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자산 거품의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양적완화 축소는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 잡고 거품 붕괴를 예방하는 연착륙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출구전략’을 시사한 지난 5월 이후 금융시장에 이미 그 충격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측면에서도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 경제가 양적완화를 축소할 만큼 회복세라는 점도 당연히 희소식이다.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양적완화 축소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연준이 이번에 개시한 양적완화 축소를 얼마나 유연하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느냐에 따라 한국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은 조심스럽게 출구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경계심을 유지한 채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준의 결정 직후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1.84% 올랐고 오전 10시 현재 일본 니케이 지수는 1.5%, 한국 코스피지수는 0.7% 상승을 기록 중이다.

달러화는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0시 현재 1,055.4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4.1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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