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금융지주 5년새 32∼51% 하락…“은행권 30%까지 배당성향 확대해야”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배당을 늘리려는 가장 큰 이유는 끝 모를 바닥을 헤매는 주가를 어떻게 해서든 끌어올리기 위해서다.14일 은행권에 따르면 3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5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이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월 말 4만4천400원에서 지난달 말 2만1천400원으로 51.8% 떨어졌다.
KB금융지주 주가도 같은 기간 5만7천500원에서 3만550원으로 46.9% 하락했다.
신한지주도 4만9천600원에서 3만7천500원으로 32.3% 떨어졌다.
주가가 곤두박질 쳤지만 은행권 자산은 해마다 늘었다.
하나금융은 2010년 말 158조5천억원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난해 말 326조9천억원으로 106.3% 급증했다.
KB금융도 같은 기간 264조9천억원에서 329조1천억원으로 24.2% 증가했으며 신한지주도 301조2천억원에서 415조1천억원으로 37.8% 늘었다.
이에 따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0.2∼0.6% 수준으로 하락했다.
PBR이 1이라면 특정 시점의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은 경우다. 쉽게 말해 부도가 나 망하더라도 회사 자산을 매각하면 주주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가 1보다 낮으면 자산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3대 금융지주 중 하나금융은 PBR이 0.21배에 불과하며 KB금융은 0.41배로 낮다. 신한지주가 그나마 0.64배로 금융권에서는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0.3∼0.5배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다른 업종보다 낮은 편이다.
하나금융은 6.45배, KB금융은 7.92배, 신한지주는 9.01배다. 우리와 기업은행도 4∼7배다.
PER이 낮으면 이익에 견줘 주가가 낮게 평가되었음을 의미한다. 통상 10배 미만이면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초 9만원대에서 86만원까지 수직으로 상승한 후 최근 63만원까지 떨어진 한미약품의 PER은 무려 203배, PBR도 13.81배나 된다.
은행권은 각종 지표에 견줘 ‘은행주’가 다른 업종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PBR이 0.4 수준인데 주가가 떨어지는 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권의 대내외적 업황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작년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든 데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외국계 자금 이탈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3대 금융지주의 외국계 지분은 66∼69% 수준이다.
은행권이 배당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이런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 흔들리는 주주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배당이란 기업이 일정기간 동안 영업활동을 해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기업이 계속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주가에는 호재라 할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개인금융팀장은 “주가 안정차원에서 금융지주나 은행들이 배당을 높이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국내 주요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은행들처럼 30%까지 배당성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NIM이 계속해서 줄어들기에 은행주 반등을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배당 성향을 높이고, 금융 선진국처럼 연속 배당을 하게 되면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