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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 등 돌리고 오바마 살린 로버츠 대법원장

보수에 등 돌리고 오바마 살린 로버츠 대법원장

입력 2012-06-29 00:00
업데이트 2012-06-2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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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 동문이면서 이념 차이로 계속 충돌 ‘악연’ 예상깨고 진보성향 판사와 함께 합헌 의견으로 ‘반전’

미국 연방대법원의 28일(현지시간) 건강보험개혁법 합헌 판결을 계기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얽히고 설킨 인연이 새삼 화제다.

다소 예상을 벗어난 이번 합헌 판결이 나오는데는 로버츠 대법원장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의 보수ㆍ진보 성향 대법관의 비율은 5대 4의 보수 우위 구도다. 보수 진영이 강력히 반대하는 보험가입 의무화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이 다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러나 막상 두껑을 열자 대법원 결정은 정반대로 4대 5 의견의 합헌으로 나왔다.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이 합헌 의견에 선 게 결정적이었다.

그가 의견을 달리했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최고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보개혁법의 운명이 달라지고,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릴 뻔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은 행정부 수반과 사법부 수장으로 고비고비마다 이념적 노선의 차이로 충돌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대법원장에 올라 이른바 ‘부시의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다.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는 로버츠 인준 반대에 앞장섰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로버츠 후보자는 뛰어난 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는 훌륭한 역량을 약자보다는 강자를 위하는데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50세의 오바마와 57세의 로버츠는 하버드 로스쿨 동문이지만, 정치와 사법 영역에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권력의 정점에 오르면서 충돌이 두드러졌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오바마 상원의원은 여러 대법원 판결들을 앞장 서 비판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때 로버츠 대법원장과의 해프닝은 두 사람의 인연때문에 화제가 됐었다.

대통령 선서를 이끌었던 로버츠 대법원장은 실수로 오바마 대통령이 선서문의 어순을 바꾸어 읽도록 만들었다. 결국 오바마는 이튿날 백악관에서 다시 선서를 해야 했다. 당시 로버츠의 행동이 “고의냐, 실수냐”하는 입방아들이 쏟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1월 국정연설에서 대법원의 정치자금법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국정연설이 있기 며칠전 ‘기업과 노조가 정당과 정치인에게 직접 정치 자금을 제한없이 제공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잘못된 판결”이라고 작심하고 비판했다. 로버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앉아있던 면전에서였다.

이에 침묵하던 로버츠 대법원장은 그해 3월 한 연설에서 “누구라도 대법원을 비판할 수 있지만 상황, 환경, 예의라는 문제도 있다”며 오바마의 대법원 비판에 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대통령의 국정연설때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참석하는 의전적 전통에 대해서까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악연’이 이어지던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극적으로 반전이 된 셈이다.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은 가라앉을 뻔 했던 건보개혁법을 건져준 주인공이 로버츠 대법원장이 될 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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