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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낡은 것에 담긴 프란치스코 교황의 ‘큰 철학’>

<작고 낡은 것에 담긴 프란치스코 교황의 ‘큰 철학’>

입력 2014-08-06 00:00
업데이트 2014-08-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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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가 오는 14∼18일 방한 기간에 소형승용차 ‘쏘울’을 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큰 화제가 됐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110년 관행을 깨고 교황 관저가 아닌 낡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작고 낡은 것에는 교황의 큰 철학이 숨어 있다.

6일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숙소로 쓰는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은 1891년 바티칸 인근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당시 교황 레오 13세가 병자들을 돌보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만든 건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을 피해 몰려든 망명자와 유대인, 이탈리아와 외교관계가 끊어진 나라 외교관들의 피신처로 쓰였다. 요한 바오로 2세 시절인 1996년 게스트하우스 용도로 개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9월, 출고된 지 20년이 지난 소형차 ‘르노4’를 이탈리아 신부 렌초 초카에게서 선물받았다. 주행거리가 30만㎞로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차종이다.

교황이 초카 신부에게서 차 열쇠를 넘겨받고 그 자리에서 직접 운전하며 즐거워하자 경호원들이 쩔쩔맸다고 한다.

교황은 바티칸에 순례 온 신부들과 세미나를 하던 도중 “사제나 수녀들이 새 차를 가진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사제 여러분은 더 많이 봉사하고 움직이되 검소한 차를 갖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은 적도 있다.

교황이 즉위하면 ‘교황의 옥새’라 불리는 ‘어부의 반지’를 금으로 새로 만든다. 이 반지는 베드로의 후계자를 상징하며, 공식문서에 서명 날인할 때 쓰거나 수많은 신도의 입맞춤을 받으며 늘 교황과 함께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반지를 새로 만들지 않았다. 바오로 6세(재임 1963∼1978)를 위해 디자인됐다가 채택이 안 된 주조틀을 재활용해 만든 것을 썼다. 금으로 도금한 은반지였다.

교황은 십자가 목걸이도 금으로 만든 새 것이 아니라 주교 시절부터 쓰던 낡은 철제 십자가를 쓴다. 이러다보니 바티칸 교황청의 다른 고위 성직자들도 교황을 따라 십자가를 철제로 바꾸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사소해 보이는 교황의 이런 행보에는 일상의 검소함을 넘어 낮은 데로 임하겠다는 깊은 생각이 담겼다.

지난해 9월 아프리카 난민수용소를 방문해 “교회는 돈을 벌려고 비어 있는 수도원을 굳이 호텔로 바꿀 이유가 없다. 그 시설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난민을 위한 것이다”라고 한 것에서도 이런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수도사 지망자가 줄면서 방치돼 온 이탈리아 수도원이 호텔이나 레스토랑으로 개조되는 세태에 보내는 경고였다.

교황은 또 쓰레기더미에서 재활용 물품을 찾아내는 카톤네로스(넝마주이)를 격려하면서 “이들의 활동은 환경을 위해 고귀하고 좋은 일이다. 매일 버려지는 음식으로 굶주린 사람들을 먹일 수 있다”고 했다.

올해 1월 교황이 처음으로 임명한 추기경 명단에도 ‘작음’의 정신이 배어 있다. 아프리카의 소국 부르키나파소, 세계 최빈국 아이티 등에서 추기경을 발탁했다.

방준위 관계자는 “교황의 정신을 존중하는 뜻으로 방한 행사 비용도 최대한 줄이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각 분야 책임자들이 예산 부족을 호소하면서 개인 돈을 쓰는 일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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