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각 “적절 시점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주장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기간 성추행 의혹에 더해 이남기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의 ‘귀국종용’ 진실공방까지 벌어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참모진 인책론, 홍보라인 개편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당 지도부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것과 달리 당내 저류에서는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듯 무조건 청와대를 감싸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 자칫 여권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사건 발생 즉시 의원들이 앞다퉈 윤 전 대변인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지인 미국에서 분초를 다투며 국익 활동을 벌이는 시각에 ‘청와대의 얼굴’, ‘대통령의 입’이라고 불리는 대변인이 부적절한 처신을 보였다는 점에서 참모진 전체의 긴장감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책임론도 뒤따르고 있다.
당장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최경환 의원은 12일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를 각각 갖고 ‘이남기 책임론’을 공개 제기했다.
이 의원은 “대변인이라면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술을 먹은 거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청와대 기강이 해이해져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윤 전 대변인의 상관인 이남기 홍보수석비서관이 귀국해서 저 정도 진실공방을 하고 물의를 빚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차기 원내사령탑 후보 모두 한목소리로 지휘계통 책임론을 거론함에 따라 이미 사의를 표명한 이 수석의 교체는 시간의 문제일뿐 불가피한 수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다만 사건 당시 국내에 머물렀던 허태열 대통령실장 책임론에 대해 이 의원은 ‘유보적’, 최 의원은 ‘부정적’ 태도를 각각 보였다.
그러나 허 실장의 이날 대국민 사과에 대해 야당이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며 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함께 인사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책임론이 어느 수위까지 올라갈지 현 단계에선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온 국민이 잘못했다는 것을 다 아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고 말해 청와대를 엄호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부 의원들은 사건의 위중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박 대통령에게 늑장보고 한 점과 귀국 후 참모진 간 진실공방 등을 거론하면서 “성추행 의혹도 모자라 참모들끼리 이전투구라니 우스꽝스러운 나라가 됐다”, “참모들이 사태수습은커녕 대통령에게 부담만 더 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시냇물을 흐리듯 이 사안은 개인 자질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위아래를 무시하고 겉멋이 들어서 일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청와대의 위계질서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차제에 청와대 지휘·감독 및 보고체계를 명확히 세우거나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는 적정 시점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일표 의원은 “좀 더 사실 관계가 분명히 정리된 다음에 마무리 차원에서 대통령이 유감표명이든 무엇이든 한마디 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고, 김성태 의원은 “대통령 입장에선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확인하고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