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 전당대회 빅2 키워드 분석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9일 ‘2·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지원 의원과 함께 이른바 ‘빅2’가 본격적으로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며 초반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정권 탈환과 계파 청산 등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문·박 의원의 전대 공약은 표면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문 의원은 “이른바 ‘친노’가 정치 계파로 존재한다면 해체할 사람은 저뿐이고 친노·비노 논란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저밖에 없다”며 계파 청산을 약속했다. 박 의원도 이날 “국민과 당원이 염려하는 것은 친노·비노의 대결구도”라고 말했다. 문·박 의원는 입을 맞춘 것처럼 ‘공천 혁신’을 내걸기도 했다. 문 의원은 “공천제도의 룰을 적어도 선거 1년 전에 확정해 예측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박 의원은 ‘6개 지역 비례대표 할당제’와 ‘지방의원 국회비례대표 할당제’ 등을 약속했다.
초반 ‘전대 메시지’는 큰 차이가 없지만, 두 후보의 행보는 상반된 정치 여정만큼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초선 국회의원에 야권 단일 대선후보를 지낸 문 의원은 친노의 ‘대중성’을 기반으로, 박 의원은 전통적인 호남 정서를 기반으로 한 ‘DJ의 적자’ 이미지 부각에 초점을 맞춰 전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의원은 이번 당권 도전이 다음 정치 여정(대권 도전)으로 가기 위한 시험대인 반면, 박 의원에게 이번 전대는 정치인생의 사실상 마지막 목표란 점도 다르다.
이 때문에 전대 이후 문재인호(號)와 박지원호의 앞날은 다를 것이라고 정치권은 분석한다. ‘문재인호’는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 중인 문 의원이 선장 역할을 하며 보다 강력하게 혁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이 16%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대표에 당선되면 20% 정도까지는 올라 당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호의 첫 시험대는 탈당을 시사한 정동영 상임고문 등 향후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위기관리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반대로 문 의원에 비해 계파색이 옅은 박 의원은 계파통합의 적임자로 여겨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쪽저쪽 계파를 보듬어서 당을 안정화시키는 데는 박 의원이 적합할 것이라 본다”면서도 “하지만 자칫 당의 존재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4-12-30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