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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 국민연금이 노령연금 곳간으로… 가입자 반발 불보듯

‘사회보험’ 국민연금이 노령연금 곳간으로… 가입자 반발 불보듯

입력 2013-01-12 00:00
업데이트 2013-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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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기초노령연금 공약 ‘선심성 정책’ 전락 위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노인 빈곤 대책으로 추진을 검토 중인 기초노령연금(이하 기초연금) 확대 공약이 대표적인 ‘선심성 정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생활비를 주겠다”는 것이 공약의 핵심인데 벌써부터 재원 마련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당선인 측에서 일부 재원을 국민연금에서 마련할 것이란 언론 보도도 심상치 않다. 젊은 층들이 “우리가 낸 국민연금으로 노인들을 먹여 살려야 하냐”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기초연금 확대 논란은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마저 보인다. 게다가 고령화 시대에 기초연금 예산이 매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복지 전문가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기초연금 제도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재원 충당 방식이 문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같은 ‘연금’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운영의 성격이나 재정 원천이 전혀 다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돌려받는 사회보험이다. 기초연금은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지급되는 공공부조 내지는 사회수당에 해당한다. 때문에 돈을 낸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할 국민연금을 곳간 삼아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에 가입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한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은 노인이 기초연금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면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할 이유가 사라진다. 더구나 기초연금 2배 인상 공약이 노인 표를 의식한 박 당선인의 선심성 공약이라는 눈총을 받아온 터라 세대 간 갈등도 빚어질 조짐이다. 회사원 김모(27·여)씨는 “국민연금으로 매달 10만원 가까이 월급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아깝지만 적금을 든다는 생각으로 참아 왔다”면서 “노인의 표를 얻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하고 젊은 층이 낸 보험료로 충당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간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재정 주머니가 완전히 다르다”며 난색을 표해 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추후에 돌려받아야 할 보험료에 손을 댄다는 점에서 재산권 침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구 고령화로 매년 소요 예산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기초연금 확대 방안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 소득 하위 70%까지의 노인에게 월 9만 7100원이 지급되는 기초연금에 배정된 예산은 4조 3120억원이다. 이 70%의 수혜 비율을 100%로 확대하고 금액도 약 2배 수준인 20만원으로 늘리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공약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에 드는 예산은 내년 11조원, 내후년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겹쳐 기초연금 예산은 시간이 갈수록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윤석명 연금연구센터장은 “현재 전체 인구의 11% 수준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50년이면 40%에 도달할 텐데 인구 고령화에는 장사가 없다”면서 “복지 선진국들이 돈 먹는 하마라는 이유로 모두 폐지한 기초연금을 지금 와서 확대하는 것은 노인 빈곤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이어 “그리스·이탈리아가 1970~80년대에 연금을 흥청망청 늘리다가 저 꼴이 됐고, 뉴질랜드는 (기초연금 제도를) 폐지하고 싶은데 정치권의 반대에 부닥쳐 막힌 상황”이라면서 “북유럽 복지 선진국들은 기초연금의 문제를 이미 인식하고 당대의 빚을 후대에 전가하지 않기 위해 재정 곳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노후 빈곤 완화를 위해 재원 조달도 가능하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곤한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생계지원이 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일단 65세 이상 70%에게 지급되는 현행 기초연금은 그대로 지급하고, 쪽방촌에 살며 연탄 살 돈도 없는 취약층 노인들에게 주거급여나 의료급여 등을 주되 현금이 아닌 선물 방식이 적합하다”면서 “무엇보다 후세대에 재원 부담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01-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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