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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자살 고교생 ‘학교폭력 유서’ 남긴 사연

투신자살 고교생 ‘학교폭력 유서’ 남긴 사연

입력 2013-03-12 00:00
업데이트 2013-03-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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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반년동안 함께 산 친구가 앞장서 뢰롭혔다’

“00아~ 어떡해. 엄마한테 이러기야. 엄마 두고 먼저 가면 어떡해. 엄마가 30분만 일찍 집에 왔으면 됐는데. 엄마가 미안해…”

1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모 병원의 장례식장은 투신자살한 고교 1년생 최모(15)군의 어머니 울음 소리로 가득 찼다.

최군은 하루전인 11일 오후 7시40분께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23층에서 뛰어내렸다.

경산경찰서는 최군이 남긴 줄공책 2장의 유서 가운데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부분을 제외한 1장 분량을 공개했다.

최군은 유서에서 ‘내가 죽는 이유를 지금부터 말할게요. 경찰 아저씨들 내가 이때까지 괴롭힘 받았던 얘기를 여기다 적을게요’라며 학교폭력을 기술했다.

최군은 유서에 가해학생 5명의 명단을 적시한 뒤 ‘특히 (우리집에서 5개월 넘게 함께 살았던) 000이 금품갈취’라고 적어놨다.

최군 아버지는 “김군은 2011년 겨울부터 5개월 넘게 우리집에서 밥 해먹이고 옷을 사 입혔던 아들 같은 아이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가정 형편이 나빴던 김군을 아들처럼 데리고 살았는데 이게 화근이었다”고 한탄했다.

김군은 최군 집에 얹혀 살면서 종종 최군의 어머니에게 반말을 하는 등 반항심을 보여 최군 누나(21)에게 혼나기도 했다.

최군은 키 170cm, 몸무게 80㎏로 작지 않은 체구였지만 2011년부터 숱하게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유서에 남겼다.

최군 아버지는 “일주일 치 용돈인 2만~3만원을 한번에 준 적이 있는데 돈을 하루 만에 다 써 씀씀이가 해픈 애가 아닌데 왜 그랬냐며 혼낸 적이 있다”며 “그때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썼다’고 했는데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고 속상해 했다.

최군은 가끔 얼굴에 멍이 들거나 눈 밑이 긁히는 등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번번이 부모에게는 “넘어져서 다쳤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는 것.

최군은 또 유서에 ‘학교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화장실과 같은 사각지대에서 주로 맞았다’고 겉도는 학교폭력 대응책을 지적했다.

경찰이 공개한 유서를 보면 최군은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퍼센트 못 잡아내요.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여러 시설에 CCTV가 안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괴롭힘은 주로 그런데서 받죠’라고 했다.

이어 가해학생 5명의 명단을 적은 뒤 ‘CCTV가 있다 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곳 이런 데서 맞습니다. 다들 돈이 없어서 설치 또는 교체를 못했다는 건 핑계라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또 ‘학교폭력은 폭력, 금품갈취,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빵셔틀 등등. 이중 내가 당한 것은 물리적 폭력, 조금이지만 금품갈취, 언어폭력 등등’이라고 적었다.

최군은 ‘학교폭력을 없애려고 하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하거나 사각지대 혹은 설치 안 돼 있는 곳에도 판별이 될 수 있을 정도의 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경찰은 12일 오후 1시께 최군의 시신을 부검하고 최군이 지목한 학생 5명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최군이 뛰어내린 아파트의 경비실 한 관계자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은 다 잠긴 상태”라며 “23층에서 뛰어내린 것은 경찰 추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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