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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실태조사도 무용지물…“學暴 근본대책 절실”

CCTV·실태조사도 무용지물…“學暴 근본대책 절실”

입력 2013-03-12 00:00
업데이트 2013-03-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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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학생 자살에 교육계 “CCTV로는 한계…제대로된 대책 절실” 주문

경북 경산에서 고교 신입생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2011년 12월 대구 중학생 권모군이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범정부 종합대책이 수립됐지만 학교폭력은 대책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 학교폭력 근절대책은 ‘봇물’ = 지난해 2월 정부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처별로 내놓은 학교폭력 예방대책은 수없이 많다.

모든 학교에서 연 2회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도록 법제화했고 지난해 8월 조사에서는 실태조사 참여율이 74%를 기록했다.

대책 발표 후 배움터지킴이 등 학생보호인력은 8천955명에서 1만633명으로, 안심알리미 이용 학교는 3천98교에서 4천355개교로 늘렸다.

또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각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도록 하는 등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ㆍ교육을 강화했다.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강도 높은 처방을 내려 현장에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찰은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를 통합 운영하는 한편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과 예방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11일 경산에서 숨진 최모(15)군은 유서에서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명으로부터 폭행 및 갈취 등 괴롭힘을 받았다”고 적어 2년 가까이 학교폭력에 시달렸음을 알렸다.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시행되던 시기와 겹치지만 최군이 다녔던 중학교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 CCTV 역할 했나 = 최군은 유서에서 ‘학교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화장실과 같은 사각지대에서 주로 맞았다’고 적는 등 겉도는 학교폭력 대응책을 지적했다.

학교폭력 대책 발표 후 1년 새 학교 CCTV는 8만9천867대에서 10만53대로 11.3% 늘었지만 학교폭력 예방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학교 내 CCTV가 수치상으로는 늘었을지 모르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나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5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감사결과 발표에서 일선 학교 대다수 CCTV가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교내에 출입하는 사람이나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하려면 최소 100만화소 이상의 CCTV가 설치돼야 하지만, 조사대상 1만7천471대 가운데 96.8%가 50만화소 미만으로 식별이 불가능했다.

조사대상 1천707개 학교 가운데 319개 학교의 경우 CCTV가 교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설치돼 있거나 인근에 장애물이나 다른 조명 시설이 가로막고 있어 촬영이 어려웠다.

게다가 209개 학교에서는 CCTV가 야간 당직실에만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상시 모니터링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CCTV를 형식적으로만 설치했을 뿐 대부분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 학부모단체 “근본대책 수립해야” = 학부모단체들은 대구 중학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여 만에 인접한 지역에서 또다시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이 나오자 통탄을 금하지 못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의 박범이 회장은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조문부터 가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박 회장은 “CCTV는 적재적소에 올바로 설치하고 관리를 잘해야 그나마 의미가 있는데 대부분 학교에서는 행정적 처리로 마지못해 설치하고 관리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학생들은 CCTV 사각지대가 어딘지를 다 알고 있다 보니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도 형식적 조사에 그치다 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의 이경자 상임대표는 “화장실이나 학교 밖에 일일이 다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애당초 CCTV로 학교폭력 문제를 접근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계적인 대책 마련으로는 학교폭력을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며 “고통 겪는 아이들을 파악해서 돌보는 것은 무엇보다 교사의 책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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