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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사건’ 과열 취재 경쟁에 인권 침해 우려

’칠곡 사건’ 과열 취재 경쟁에 인권 침해 우려

입력 2014-04-09 00:00
업데이트 2014-04-0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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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변호인회 “피해자든 가해자든 아동인권·사생활 존중해 달라”

칠곡 아동학대 사건 피해자 측에서 일부 언론사의 지나친 취재 경쟁과 부정확한 보도로 사건 당사자들에게 심각한 2차 피해가 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회적 충격을 주는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돼 온 선정적인 보도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 관여해 온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은 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숨진 아동의 언니, 친모, 고모 등을 너무 심하게 취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트라우마에 빠진 피해자 언니를 아침 일찍 학교로 찾아가서 화장실에서 인터뷰했다고 한다”며 “이는 아동복지법상 금지행위로, 형사고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고 모든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부정확한 기사가 많이 나왔다”며 “예기치 못한 2차 피해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사 제목을 ‘칠곡 계모 사건’이라고 해서 특정 지역 사람들과 대다수 선량한 새어머니들이 상처를 받았다”며 “특히 계모라는 용어는 호주제 폐지로 없어진 단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의 인권과 사생활도 존중돼야 한다”며 “범행의 자세한 내용보다는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법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취재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여러 언론사가 시간차를 두고 보도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은 지난 2일 결심공판 직후 한 신문사가 “판사님, 사형시켜주세요”라는 피해자 언니의 탄원서를 소개하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의 사연을 구체적으로 전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고 사흘 만에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강력 범죄 보도가 오히려 사건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8월 나주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비슷한 예다. 기사를 통해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 피해자와 가족은 사생활 침해의 고통을 호소하며 언론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언론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은 “공익 차원의 보도라고 해도 피해자나 가족의 사적 영역에 대한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불필요한 침해는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조맹기 교수는 “지난 7일 신문의 날 표어는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였다”며 “기자들의 충정은 알지만 취재 경쟁에 인권과 언론 윤리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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