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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갈등’으로 본 ‘광주교육’ 현주소와 미래

자사고 ‘갈등’으로 본 ‘광주교육’ 현주소와 미래

입력 2014-08-17 00:00
업데이트 2014-08-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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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학부모 뒤에 숨고…시교육청은 ‘밀어붙이기’

내년도 신입생 모집 전형요강을 놓고 벌어진 광주시교육청과 이 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송원고·숭덕고간 갈등이 자사고의 ‘완패’로 끝이 났다.

송원고는 ‘자사고 메리트’인 성적 제한 규정을 모두 잃었으며 숭덕고는 전형요강을 학교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자 아예 자사고 지정을 반납해 버렸기 때문이다.

장휘국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그동안 광주에서 자사고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나 송원고는 허울뿐인 자사고로 남고, 숭덕고는 아예 자사고 간판을 내린 모습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문제가 해결됐다는 안도감보다는 씁쓸함이 크다.

장 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서 자사고 폐지로 대변되는 진보적 가치를 성취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반대평가도 만만치 않다.

특히 막강한 권한을 쥔 시교육청이 두 학교를 대하는 모습은 대화와 소통을 바라는 시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어 광주시교육청의 향후 행보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크다.

◇ ‘신입생 모집 요강’으로 불붙은 갈등

광주시교육청과 자사고간의 갈등은 자사고 재지정을 위한 송원고에 대한 학교평가에서 출발했다.

송원고는 학교 운영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으므로 보통 이상의 점수만 받으면 자사고 재지정이 수월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재지정을 해주고도 내년도 신입생 모집 전형요강에서 내신성적 상위 30%만 지원할 수 있는 성적제한 규정의 폐지를 조건으로 내걸어 상황이 복잡해 졌다.

모양새는 갖춰주면서 사실상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었다.

학부모들의 연이은 항의 집회에도 시교육청은 전형요강 승인권한을 무기로 자사고 입학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성적제한 규정 폐지를 고수했고 결국 송원고가 무릎을 꿇었다.

숭덕고는 올해 자사고 운영평가 대상이 아니지만 내년 전형요강에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강화한 자기주도적 전형을 요구하면서 시교육청과 갈등을 빚었다.

숭덕고는 자기주도적 전형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강하게 나타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숭덕고의 전형요강을 자신들의 안대로 직권공고하자 숭덕고는 이에 반발, 자사고 운영을 포기하고 아예 일반고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 송원고·숭덕고 어떻게 되나

송원고는 시교육청의 요구 조건을 지키기로 했으므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현재 재학생은 물론 내년도 신입생도 자사고 학생으로 별도 전형을 거쳐 뽑는다.

단 내년도 신입생의 성적분포는 현재 재학생과는 다르다.

현재 재학생은 내신 성적 상위 30% 이내에서 선발했지만, 내년도 신입생은 성적제한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숭덕고는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만큼 내년도 신입생은 광주지역 다른 일반고처럼 이른바 ‘뺑뺑이’로 배정받는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재학생은 그대로 자사고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내년에 1학년은 일반고 학생, 2·3학년은 자사고 학생이 한 학교에 함께 다니게 된다.

◇ 전학사태·신입생 미달 ‘후폭풍’ 없나

학교와 시교육청은 이번 논란으로 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성실한 교육과정 이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2012년 보문고 사태에서도 봤듯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학교의 면학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송원고와 숭덕고의 처지가 다르긴 하지만 현재 재학생들은 모두 자사고 교육과정을 받는 점에서 같다.

이 때문에 재학생의 전학사태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성적 우수자만 선발한다는 ‘자사고 메리트’가 사라진 송원고나, 일반고로 전환해버린 숭덕고에서 굳이 내신 불이익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학부모가 타 지역이나 일반고 전학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생 모집도 문제다. 숭덕고는 일반고 전환으로 신입생을 배정받지만 자사고에 재지정된 송원고는 지원자를 추첨으로 뽑는다.

성적제한 규정을 풀어 입학 문턱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수업료만 3배 가량 비싼 송원고에 얼마나 지원할지 미지수다.

보문고 때와 같은 신입생 미달과 재학생 전학사태가 이어지면 송원고도 일반고로 전환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행정 신뢰성 상실·밀어붙이기식 교육행정은 부담

송원고와 숭덕고의 ‘항복선언’으로 전형요강 직권공고 등 시교육청의 행정행위에 대해 법적 근거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한 일이 됐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시교육청의 행정행위가 일관성을 잃은 모습을 보인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 일단 아쉬운 점이다.

진보교육감의 교육철학 관철에 일선 학교, 학생, 학부모가 피해를 봤다는 지적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송원고는 5년전 자사고 지정 당시 학교가 원해서라기보다는 시교육청의 권유로 자사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이 같은 혼란에 빠졌다.

전임 교육감 때라고는 하지만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해서 교육정책이 이런 식으로 변하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려 나쁜 행정행위보다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시교육청이 이번 자사고 전형요강을 놓고 보여 준 모습은 대화나 소통을 통해 상대방과의 이견을 좁히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교육청은 논란이 이는 동안 교육감이 직접 학부모들과 만나기도 했고 수시로 학교와 협의도 했다.

하지만 학교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기 보다는 미리 자신의 답안을 정해 놓고 상대방에게 ‘따라오거나 아니면 불이익을 받거나’ 하는 강경 일변도는 이번 논란을 지켜 본 지역민에게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다.

시교육청이 막강한 권한을 지닌 ‘갑’의 위치에서 ‘ 학교를 그것도 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벼랑 끝까지 압박해 얻은 자사고 ‘항복’이 과연 시민에게 얼마나 성과나 기억될 지는 미지수다.

그런 의미에서 “시교육청과 학교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특히 둘 다 학생을 위한다고 외쳤지만 이번 논란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 교육주체가 바로 학생이다”는 한 교육단체 관계자의 지적은 시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되돌아봐야할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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