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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휴일 첫 시행 ‘양극화’…”편리” vs “차별”

대체휴일 첫 시행 ‘양극화’…”편리” vs “차별”

입력 2014-09-10 00:00
업데이트 2014-09-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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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대기업 ‘여유로운 휴일’ vs 중기·비정규직 ‘그림의 떡’

올 추석에 처음 적용된 대체휴일제로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 등은 5일 연휴를 누렸으나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이 같은 혜택에서 제외돼 ‘휴일의 양극화’ 현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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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체휴일에 근무
첫 대체휴일에 근무 대체휴일제가 10일 처음 시행됐지만 관공서를 제외한 민간기업은 의무 적용이 아니어서 반쪽 휴일로 전락했다. 직원이 10명 남짓 되는 대전의 한 자동차 수리업체 직원들이 이날 모두 출근해서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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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휴일의 여유
대체휴일의 여유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대체휴일인 10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 북서울꿈의숲을 찾은 시민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가 전국 취재망을 가동해 10일 근로 현장을 점검한 결과 관공서와 공공기관, 대기업은 대체휴일제로 “편리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혜택에서 소외된 중기·비정규직은 “직업이나 업종에 따라 쉬는 날을 차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 중소·영세기업 정상 출근…”대체휴일은 남의 일”

지역마다 대부분 중소·영세기업 직원들은 오전 8시를 전후해 평소와 다름 없이 출근하거나 대체휴무 없이 업무에 복귀했다.

대전 서구의 한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일하는 최모(46)씨는 추석 연휴 때 고향인 대구에 갔다가 다른 형제들보다 하루 일찍 돌아왔다.

공무원인 동생과 대기업 직원인 형은 대체휴일제 시행으로 고향에 하루 더 머물렀지만 최씨의 직장은 대체휴일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연휴가 끝나고 모든 사람이 현업에 복귀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다른 사람은 쉬고 나만 일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북 익산의 자동차 배터리 생산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모(28)씨에게도 이번 추석 ‘5일간의 황금연휴’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2교대 근무를 하는 김씨는 이번 추석 근무조에 배정돼 추석 다음날인 9일 하루만 쉬었다. 공장 가동을 멈추면 막대한 피해를 보는 회사 사정 때문에 불평할 수도 없었다.

김씨는 “남들은 연휴 내내 쉬고 대체휴일이라고 하루 더 쉬는데 대체휴일은 고사하고 명절날 만큼이라도 제대로 쉬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 관공서·대기업 ‘여유로운 휴일’…연휴 뒤 근교 나들이까지

이에 비해 추석을 고향에서 보낸 뒤 미리 귀경해 대체휴일인 이날 근교로 나들이를 가는 직장인들은 큰 만족을 나타냈다.

공무원 박모(43·경기도 화성시)씨는 “고향에서 추석을 보내고 올라와 오늘 하루는 가족과 서해안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며 “오랜만에 만끽하는 긴 연휴라 여유로운 휴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지역 핵심기업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대체휴일을 시행하고 하청업체까지 모두 대체휴무를 실시한 덕분에 이들 기업 직원과 가족들은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 맞벌이 부부는 아이 맡길 곳 없어 발 동동’피해 직격탄’

대체휴일제 미적용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지만, 젊은 맞벌이 부부는 문을 닫은 어린이집 때문에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5살과 3살짜리 형제를 둔 대전의 김모(37)씨 부부는 10일 오전 집에서 승용차로 30분 떨어진 누나 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출근했다.

부부는 이날 출근을 해야 하지만 아이들을 맡아줄 어린이집이 대체휴일제를 적용하면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맞벌이 부부는 아이 맡길 곳을 찾는 게 가장 큰 일”이라며 “육아 시스템도 제대로 안 갖춘 상황에서 자녀를 많이 낳으라는 정부 정책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 전주의 한 폐기물처리 업체에서 일하는 이모(38)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씨는 10일이 대체휴일이라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이씨는 “아이들 학교가 대체휴일이라 쉬는데 우리 부부는 모두 근무하기 때문에 공무원인 형님 집에 애들을 맡겼다”며 “아이를 맡길 곳 없는 처지에 대체휴일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재정상태 열악한 중소기업에 부담…노동계 “대체휴무 법제화해야”

이처럼 중소기업의 대체휴무 시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주로 ‘돈’ 때문이다. 대체휴일을 유급휴가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상태가 여유롭지 못한 중소기업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대체휴일 ‘휴일의 양극화’ 부담은 거의 전적으로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집중됐다.

충북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추석 휴무를 실시한 64개 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18개 사로 이중 14개(77.8%)가 대체휴무를 시행했으나 중소기업 46개 사의 대체휴무 시행률은 52.2%(24개)에 그쳤다.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역본부가 도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역 중소기업 중 대체공휴일에 쉬는 기업은 14.8%에 불과했다.

한 중소기업 간부 박모(48)씨는 “만성적 인력부족에 납품 기일을 맞추려면 적정 수준 이상의 재고물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휴무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남본부는 “모든 일터, 모든 노동자에게 대체휴일이 보장돼야 하며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도와 권고를 통해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를 지켜나갈 것을 촉구한다”며 대체휴무제 법제화를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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