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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되는 길, 참 좁다”…사범대생들의 한탄

“스승되는 길, 참 좁다”…사범대생들의 한탄

입력 2015-05-15 07:53
업데이트 2015-05-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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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 문턱 넘어 선생님되는 건 ‘바늘구멍 들어가기’’스승 꿈’ 접고 회사원 준비하기도…재정난에 고참 교사 명퇴길도 막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정작 ‘예비 스승’인 사범대학 출신 학생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저출산 등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해 교원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교원 적체는 해소되지 못해 ‘스승’이 되는 길이 바늘구멍만큼 좁아졌기 때문이다.

중·고교 교사가 되는 등용문인 임용고시의 문턱을 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설사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더라도 자리가 부족해 사범대 졸업자 중 교사로 강단에 서는 비율은 20%대에 불과해 사범대생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 임용고시 문턱 넘기, ‘바늘구멍 들어가기’

교육부의 ‘2013∼2015년 공립 교과 교사 모집인원 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2013년 중등교과 교사 모집인원은 3천381명으로 같은 해 사범대 졸업자 수인 1만2천38명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임용고시 재수생을 빼고 단순 계산하면 사범대 졸업생 4명 중 1명만 공립 중·고교 교사가 된다는 얘기다.

중등교사 모집 인원은 지난해 4천631명으로 한 해 전보다 소폭 늘었으나 올해는 4천426명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작년부터 영어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했다는 고려대 교육학과 A(24·여)씨는 “잘되는 사람은 졸업과 동시에 붙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정말 소수의 이야기”라며 “주위에 보면 보통 1∼2년은 정말 집중해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합격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영어교사 준비생 인터넷 카페에서 보면 5년을 잡고 공부하는 경우도 많다”며 “중등교원 임용고시는 사범대생은 물론 교육대학원생, 타과생 교직 이수자도 응시할 수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대를 졸업한 이모(25·여)씨는 2013년부터 3차례 역사 교사 임용고시를 봤지만 매번 쓴잔을 마시고 올해 4수에 도전 중이다.

이씨는 “한국사가 대학입시 필수과목이 되면서 사회 과목 중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국·영·수에 비하면 정원이 3∼4분의 1 수준”이라며 “사범대만 모아놓은 교원대 학생들도 다들 중간 중간 다른 일을 하면서 서너 번씩 시험을 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양모(26·여)씨는 “영어 과목은 외국에 살다 온 사람이 많고 허수 지원자가 없어 경쟁이 더 치열한 것 같다”며 “대학원생, 공무원고시생까지 몰리면서 소수점 두 자리 점수 차이로 등락이 갈리기도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 ‘스승 꿈’ 접고 회사원 선택하기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용고시에만 ‘올인’ 하지 않고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경력도 쌓는 사범대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려 해도, 막상 일을 시작하면 업무에 치여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선생님이 되는 꿈을 포기하고 입학 때 꿈꿨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컴퓨터교육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문모(21·여)씨는 “작년까지 컴퓨터교육과가 임용고시로 갈 수 있는 곳은 정보고등학교밖에 없어서 교사가 되고 싶은 대다수가 수학교육 등을 복수전공했다”며 “임용고시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일반기업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자신도 경영학을 복수전공한다는 문씨는 “올해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등이 의무화되면서 컴퓨터교육과 학생에 대한 임용고시 정원이 늘어났지만,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것 같아 임용고시 준비를 해야 할지, 일반기업에 취업해야 할지 학과 친구 모두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작년 말부터 공무원 연금 개혁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고려대 교육학과 A씨는 “임용고시에 안 돼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금 개혁 얘기가 나오면서 보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아예 생각을 접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 재원부족에 명퇴도 힘들어…”교원 적체 심각한 문제”

신규 교사 임용을 더디게 하는 중요 원인으로 교원 적체도 꼽힌다. 각 시·도교육청이 퇴직금 등으로 사용할 충분한 교육 재정을 확보하는 데 실패, 퇴직자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교원 적체가 심각한 수준이 됐다는 지적이다.

작년 하반기 서울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모두 2천386명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81명의 신청만 받아들여져 수용률이 7.6%에 불과했다.

경기도 역시 재정난으로 작년 상반기 755명의 교원이 명퇴를 신청했지만 19.6%인 148명만이 퇴직할 수 있었다. 작년 하반기에도 1천558명이 신청해 25.5%인 398명의 명퇴가 수용됐다.

30년차 교사의 연봉은 초임 교사의 2.5배 정도다. 고참 교사 2명이 퇴직하면 신규 교사 5명을 채용할 수 있는 셈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신규 채용의 문이 활짝 열리지 못하고 있다.

교원 적체는 이 같은 신규교사 임용 지연뿐 아니라 교단 고령화, 교원 사기 저하 등 교육현장 전반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범대 학생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한 사범대 학생은 “명퇴하려는 선생님들이 있을텐데 그만큼 정원이 늘어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예비 선생들이 힘내서 준비할 수 있도록 교원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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