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1천80일 아픔 스민 팽목항 가족들…아이 찾을 희망 품고 목포로

1천80일 아픔 스민 팽목항 가족들…아이 찾을 희망 품고 목포로

입력 2017-03-31 15:20
업데이트 2017-03-31 15:2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수습자 가족, 세월호 목포신항 이동에 맞춰 3년 기거한 팽목항 떠나

침몰 1천80일 만에 ‘마지막 항해’를 시작한 세월호를 따라 미수습자 가족들도 3년여를 기거한 팽목항을 떠났다.

미수습자 가족 어머니들은 목포 신항으로 이동하는 세월호의 마지막 여정을 뒤에서 지키기 위해 인양해역으로 이날 새벽 떠나, 먼저 팽목항과 작별했다.

2014년 4월 16일 딸과 남편을 찾기 위해 경황없이 팽목항을 찾았듯, 2017년 3월 31일 어머니들의 팽목항과의 작별도 진도 바다를 떠나는 세월호를 뒤쫓아 가느라 석별의 정을 나눌 새도 없었다.

은화 어머니 이금희 씨는 이날 새벽 인양 현장으로 떠나기 전 “이렇게 아픈 땅이 또 있으면 안 된다. 팽목항의 기다림의 장소였다”는 말을 남기고 미수습자들의 명패와 텅 빈 액자를 임시 분향소에서 떼서 떠났다.

팽목항에는 허다윤·조은화 양의 아버지들과 권혁규 군의 큰아버지가 남아 이사 준비를 했다.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순항 중이다’는 소식을 들으며, 아침밥상을 털고 일어난 아버지들은 먼저 팽목항 가족 임시숙소 곳곳에 설치된 추모 물품을 잊지 않고 가져갔다.

딸의 이름이 아로새겨진 추모 액자, 9명 미수습자의 명찰이 달린 곰 인형, 보고 깊은 가족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까지 아버지들은 지난밤 어머니들이 당부한 말을 되새기며 정성스럽게 챙겼다.

은화 아버지는 혹시나 이사 도중 훼손될까 봐, 추모 물품을 두 번 세 번 정성스럽게 포장해 상자에 담으며 “대충하면 우리 은화 엄마한테 혼난다”고 혼잣말했다.

가족들은 목포 신항 내에 마련된 새로운 미수습자 가족 임시숙소에 추모 물품을 다시 놓아둘 예정이다.

참사 당일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빈손으로 온 가족들의 이삿짐은 3년을 지내고 떠날 때도 단출했다.

권오복 씨는 2014년 팽목항에서 동생과 조카를 기다리며 키운 화초 하나만 챙겼다.

화초의 이름을 알지도 못해 ‘무명초’라고 스스로 명명한 권씨는 팽목항에서 기다리며 다 죽어가는 화초를 3년 동안 살렸다며 화초 화분을 두 팔로 안아 옮겼다.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소식을 접하기 위해 매일 아침 정독한 신문은 “인양됐으니 이제는 치워버려야 한다”고 차곡차곡 쌓아 밖으로 내놨다.

다윤 아버지 허흥환 씨는 “이동식 주택을 목포로 그대로 가져가니 쌀 짐이 없다”며 닳고 닳은 다윤 어머니의 신발만 고이 챙겨 방안으로 집어넣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지난 3년을 함께한 두 마리 진돗개를 데려가려 했다.

각각 ‘팽이’와 ‘목이’라는 암수 한 쌍의 진도개는 참사가 발생한 2014년 초겨울 진도군의 한 농민이 쓸쓸할 가족을 위해 맡겼다.

지난 3년 동안 몰라보게 자란 ‘팽·목이’는 자식이 그리워 팽목항에 지는 노을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가족 곁을 묵묵히 지키는 든든한 친구였다.

그러나 세월호 수색 작업에 혹시나 방해될까 봐 가족들은 진도군 주민에게 두 진돗개를 맡기기로 해 아쉬운 이별을 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불러모아 간단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동안 쓸쓸하고 외로운 가족들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준 진도군과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저희를 한 가족처럼 보듬어 줘 고맙다”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가족을 잃고 되찾지 못한 상실감 속에서 팽목항에서 지난 3년을 버틴 가족들은 이제는 가족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세월호가 도착한 목포 신항으로 향했다.

다윤 아버지 허씨는 “원해서가 아니라 있을 수밖에 없어서 머물렀지만 팽목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자, 아프고 슬픈 곳이다”며 “떠나게 돼 착잡하지만, 좋은 일(인양)로 떠나는 것이니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보내는 진도군 공무원, 경찰, 자원봉사들은 마지막까지 달려와 짐 정리를 도왔고, 3년 동안 지낸 이동식 주택을 트레일러 차량에 실어 목포로 보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