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생환 등반객 “길 그렇게 험할줄 몰랐다”

일본서 생환 등반객 “길 그렇게 험할줄 몰랐다”

입력 2013-07-31 00:00
업데이트 2013-07-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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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주민 “조난 잦은 가장 어려운 길”…”비바람에 시야는 10m”

한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나가노(長野)현 ‘중앙 알프스’(기소<木曾>산맥) 조난 사고의 생환자인 이상관(69)씨는 31일 “보조스틱없이는 걸을 수 없을 정도의 비바람에 시야는 10m에 불과할 정도의 악천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명으로 구성된 이번 등산팀의 일원인 이씨는 이날 귀국에 앞서 나가노현 고마가네시의 숙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29일 호켄다케(寶劍岳·2천931m) 등반 과정에서 “날씨가 급변하고 비도 너무 많이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출발 당시(오전 6시께)만해도 비가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았는데다 안개만 끼어있어 예정대로 출발했다”며 “우리가 묵은 산장에 70∼80명이 머무르고 있었는데 다른 팀들도 다 출발을 했고 우리가 가장 늦게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등산을 시작한지 약 1시간이 경과한 뒤부터 폭우가 쏟아졌고, 입은 옷은 물론 추위에 대비해 준비한 배낭 속의 여벌 옷까지 모두 젖는 바람에 추위를 심하게 느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또 일행이 선택한 등산로가 험하다는 정보를 사전에 얻지 못했다면서 “히말라야도 갔다왔으니까 높이는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참가자들이 모두 중앙 알프스 등산길은 초행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멤버 상당수가 일본 북알프스와 남알프스를 다녀온 만큼 중앙 알프스만 오르면 일본의 모든 ‘알프스’를 다 오르게 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길이 “그렇게 험할 줄 몰랐다”고 부연했다.

현지 등산로에 정통한 주민 기타지마씨는 “조난당한 한국인 등산객들이 택한 등산로는 호켄다케로 가는 길 중 가장 어려운 길로, 조난이 많은 길”이라며 “비가 많이 오는 만큼 하산하는 것이 상식적이었을 것 같은데 항공편 스케줄 등을 감안해 등반을 강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한국인 일행이 “길을 잃는 사람이 많은 루트를 택했다”며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거리 등이 자세히 적혀있지 않아 길을 잃기 쉬운 등반로”라고 전했다.

이상관씨도 “우리에 비해 이정표 같은 것이 잘 되어있지 않은 것 같고 험한 구간에 사다리 등 안전한 이동을 돕는 보조시설도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나이 60∼70의 고령자 4명이 고립된 채 사망한 상황과 관련, 앞서 오르던 사람들이 낙오자들을 위해 침낭 등을 전달하려다가 만나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면서 “1∼2분을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추위 속에 ‘움직여야 산다’는 생각이 들어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동행한 등반객 4명이 숨진데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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