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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대리투표 첫 무죄 ‘혼란’…대법원 판결 주목

진보당 대리투표 첫 무죄 ‘혼란’…대법원 판결 주목

입력 2013-10-07 00:00
업데이트 2013-10-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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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등에 규정 없는 ‘직접투표 원칙’ 판단이 새 쟁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원 등 45명이 7일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대리투표 행위와 관련해 지난해 기소된 400여명의 재판이 전국 각급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무죄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법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1·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통합진보당 간부 백모(53)씨 등이 상고한 상태여서 조만간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무죄 판단 근거는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송경근 부장판사)가 이날 무죄 판결을 내린 이유는 공직선거의 4대 원칙 가운데 하나인 직접투표가 공직 후보자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에도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할 때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정당법도 구체적인 방법이나 절차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비슷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재판부는 실제로 당내 경선에서 지역·성별·연령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보통·평등투표의 원칙 역시 종종 지켜지지 않는 점을 감안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투표의 등가성을 해치거나 선거권자의 의사를 왜곡시키는 등 본질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선거의 방법과 절차는 정당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설령 당내 경선이 직접투표의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검찰이 적용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의문을 제기했다.

위임에 의한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라면 당의 경선업무 담당자들에게 직접투표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리투표 사태에 오히려 통합진보당 당직자들의 탓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투표율에만 집착해 대리투표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당직자와 선거관리 업무 담당자들에게 근본적이고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은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면서 대리투표를 우려해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실명인증 등 통제 장치를 고려했지만 실제 투표에 활용하지는 않았다. 상당수의 당원이 비실명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완벽한 신원 확인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 ‘직접투표 원칙’ 새 쟁점으로 부상 = 법원은 그동안 대리투표 행위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개별적인 사정을 양형에 참작해 판결해 왔다.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여러 건의 대리투표를 한 경우 최고 징역형까지 내려졌다.

통합진보당 조직국장 백모씨는 당원 수십 명에게 먼저 연락해 휴대전화 인증번호를 넘겨받는 방법으로 모두 31건의 대리투표를 해 기소됐다. 백씨는 1·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지난 5월 상고했다.

반면 현재 진보정의당 당직자로 일하는 박모(43)씨는 지난 4월 부산지법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박씨는 투표를 독려하려고 당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부탁을 받고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재판부는 정식재판에 넘겨진 박씨에게 선고를 유예하며 대리투표가 1건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당내 경선에 공직선거의 4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는지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며 쟁점을 바꿔놓았다. 비슷한 사건을 맡고 있는 다른 재판부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논리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대리투표를 부탁했다가 기소된 서모(43)씨 등 당원 5명의 재판에서 변호인들이 선거의 4대 원칙이 당내 경선에서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대구지법은 “헌법에 규정된 선거의 원칙은 근대의 선거제도를 지배하는 기본원리로서 선거 전반에 적용되고 당내 선거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며 “더구나 당내 경선은 간접적으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의 성격”이라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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