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응천·박관천 등이 문건 배후” 감찰 자료 檢에 제출하고 수사 재촉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해당 문건 작성에 배후가 있다는 감찰 결과를 청와대가 최근 검찰에 통보한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사퇴설의 진위를 확인하려다가 박관천 경정이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만났고 그로부터 전해 들은 풍문이 과장됐다는 게 지금껏 알려진 문건 작성 경위였다. 하지만 박 경정의 직속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 경정, 박지만 EG회장의 비서였던 전모씨, 청와대 오모 행정관과 최모 전 행정관,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 언론사 간부 등 ‘7인 그룹’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청와대로부터 제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씨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경정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국정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검찰 조사를 마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승용차에 올라타고 있다. 전날 오전 10시쯤 검찰에 출석한 정씨는 15시간 4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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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일단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은 감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작성 및 유출 경위의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게 검찰의 기본 입장이다. 문건 유출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만큼 ‘7인 그룹’으로 지목된 인물들을 일일이 조사해 청와대발 배후설의 진위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 등이 7인 그룹의 실체를 적극 부인하고 있어 이들이 조직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 입장에서는 청와대가 의혹 보따리만 줄줄이 넘겨주며 진실 규명을 재촉하고 있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수사 의뢰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은 이유도 그래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두른다고 없는 범죄 사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겠느냐”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금 단계에선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경찰관 두 명에 대한 수사가 우선”이라고도 했다. 청와대의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마당에 자칫 검찰 수사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로도 보인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12-12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