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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49% “안보법제 잘 몰라”…본심숨긴 채 ‘진격’하는 아베

일본인 49% “안보법제 잘 몰라”…본심숨긴 채 ‘진격’하는 아베

입력 2015-05-15 10:56
업데이트 2015-05-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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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위협 거론했지만 속내는 ‘패전국 멍에 벗기’인 듯

절반 가까운 일본인은 무엇을 위한 법안인지 잘 모르고,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속내’를 숨기고 있다. ‘마지막 관문(국회)’에 선 야당엔 힘이 없다.

안보법제 정비안의 국회 심의를 앞둔 일본의 상황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이 집단 자위권 용인을 골자로 하는 안보 관련 11개 법률 제·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 결정한 다음날인 15일 아사히,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등 주요 일간지 조간은 일제히 안보 정책의 ‘대 전환’ 또는 ‘역사적 전환’을 1면 톱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은 이들 법안을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NHK가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법제 정비에 대해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이 40%,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이 9%에 달했다. ‘잘 이해하고 있다(6%)’거나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39%)’는 응답보다 많았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법안에 대해 설명하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일미동맹 강화를 통해 억지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일본이 공격당할 가능성이 더욱 사라질 것”이며 “미국의 전쟁에 휘말일 일은 절대로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긍정적인 기대 효과들은 언급했지만 집단 자위권 행사처럼 이전에 법적으로 못하게 돼 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는데 따른 일본의 부담, 자위대원의 희생 가능성 등 우려되는 측면은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방미때 아베 총리가 받은 이례적 환대의 배경에 자위대의 대 미군 지원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는 등의 아베 정권 안보정책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호언장담을 둘러싼 의구심 섞인 시선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이번 안보법제 정비의 배경으로 거론한 안보환경 변화로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중국, 러시아 군용기의 접근에 따른 자위대기의 긴급발진(스크램블) 횟수 증가 등을 예시했지만 일부 언론은 이들 위협이 집단 자위권과 자위대의 행동반경 확대 등 이번 안보법제 개정의 핵심과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결국, 아베 총리가 14일 기자회견에서 밝히지 않은 ‘속내’는 자신의 정치인생 숙원인 ‘전후체제 탈피’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평화헌법 하에서 전쟁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2차대전 패전국’의 꼬리표를 떼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만들려는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안보법제 정비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과거 저서를 통해 ‘미국과 일본 국민이 상대 국민을 위해 피를 흘릴 때 동등한 동반자 관계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공격받았을 때 일본이 함께 반격할 수 있는 집단 자위권이야말로 태평양전쟁 전승국과 패전국 관계를 넘어 대등한 미일관계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할 ‘관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을 미일동맹의 틀에 견고히 묶어두는 것이 이번 안보법제의 표면적 목표로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아베 총리의 ‘꿈’은 헌법 9조 개정으로 일단락지어질 ‘보통국가’ 일본 만들기와, 그런 일본과 미국의 대등한 관계라는 분석에 설득력이 없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미국 의회 연설때 ‘안보법제 국회통과를 여름 안에 마무리짓겠다’고 공언한 아베 총리는 2013년 야당이 강하게 저항한 특정비밀보호법 처리 때처럼 연립여당의 수적 우위(양원 과반의석 보유)를 앞세워 이번 법안도 강행처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들이 ‘저항’을 예고하고 있지만 아베 내각이 지지율 5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안보법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우려의 수준이 갑자기 높아지지 않는 한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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