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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참사] 장비는 삽·망치뿐… “2·3층 사이 갇힌 조카 구하는데 42시간”

[네팔 대지진 참사] 장비는 삽·망치뿐… “2·3층 사이 갇힌 조카 구하는데 42시간”

입력 2015-04-29 00:34
업데이트 2015-04-29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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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멸적 피해 입은 진앙지 인근 ‘고르카’

규모 7.8의 대지진이 네팔을 강타한 지 나흘째인 28일 긴급 구조 작업이 수도 카트만두를 넘어 산악지대로 확대되고 있다. 지진 같은 대형 재난사고를 당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인 ‘골든타임 72시간’이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구해 내기 위해서다. 카트만두의 가옥이 잘 무너지는 벽돌집이었다면 산악지대는 자연에서 구한 돌이나 진흙으로 집을 만들었다. 더구나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데다 길이 끊겨 고립의 위험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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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네팔 대지진 나흘째인 28일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가 카트만두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지진피해 현장으로 달려가 현지 구조대와 함께 돌더미에 파묻힌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탐색 작업을 하고 있다.
●진앙지 가까운 마을 여진으로 250여명 실종

진앙에 가까운 고르카 같은 곳은 거의 궤멸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7만여명이 산다는 이곳은 집과 학교, 병원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 ‘주민 수백 명이 한꺼번에 실종됐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지만 산사태로 육로가 막히는 바람에 피해 상황은 제대로 확인이 안 된다. 이런 가운데 네팔 정부의 한 관리는 이날 고르카에서 멀지 않은 시골의 한 고립된 마을에서 여진에 따른 산사태가 일어나 25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고립된 산간 마을의 심각성을 깨달은 네팔 정부는 전체 육군 병력의 90%인 10만명을 수색 구조 작업에 투입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헬기를 띄워 고립된 산간마을을 탐색하면서 급한 대로 물과 식량, 비상약품 등을 공중에서 떨어뜨리기도 했다.

국제 구호의 손길도 커졌다. 미국은 당초 100만 달러로 책정된 구호 기금에다 900만 달러를 더 보탰다. 45t의 구호물자도 추가로 배정했다. 고산지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특수부대 그린베레도 투입했다. 중국은 1차로 긴급구호물품 186t을 공군수송기 4대에 나눠 보낸 데 이어 250명 규모의 구조팀과 의료진을 파견했다. 일본은 800만 달러의 구호자금에다 자위대원 110여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사망 5057명·부상 1만여명 집계

문제는 교통·통신이다. 유엔·유럽연합(EU)에다 한국 등 46개국이 돈과 사람을 내놓고 있지만 현지 여건은 너무 열악하다. 여진 위험에 공항이 개폐를 반복하는 데다 정확한 피해 현황이 파악되지 않아 지원도 적재적소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트만두 시내 구조도 열악하기만 하다. 교통장관 텍 바하두르 가룽은 자신의 조카딸 한 명을 구출해 내는 데 무려 42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집이 무너지면서 2~3층 사이에 갇힌 조카딸 네하가 내지르는 구조 요청 소리를 뻔히 들으면서도 이렇게 시간이 걸렸다. 구조장비라고는 삽과 망치뿐이어서다. 가룽 장관은 “무너진 집더미들을 일일이 손으로 하나씩 치우다 보니 너무 많은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운용할 인력은 충분하니 불도저 같은 중장비를 많이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네팔 당국은 이날까지 사망자는 5057명, 부상자는 1만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진의 공포 등으로 야외 빈터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주민이 8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유엔은 추산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5-04-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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