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급변하는 한국사회를 기록해온 ‘영원한 청년작가’

급변하는 한국사회를 기록해온 ‘영원한 청년작가’

입력 2013-09-26 00:00
업데이트 2013-09-2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침샘암 투병 최인호 별세…산업화 속 현대사회 병리·개인의 삶 주목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소설가 최인호는 1970년대 ‘별들의 고향’과 ‘고래 사냥’을 비롯해 무수한 히트작을 쏟아내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해방둥이로 태어나 한글세대의 언어감각을 작품으로 형상화해온 고인은 “어릴 적부터 작가를 꿈꿨고 오직 작가만을 꿈꿨다”며 일찌감치 작가적 숙명을 온몸으로 느끼고 이를 실천해온 타고난 글쟁이였다. 그는 고교 2년 때 ‘소년 문사’로 등단해 천재성을 입증한 이후 조로하지 않고 근성있는 작가로서 반세기 동안 쉼없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자신의 애칭을 입증했다.

고인은 한국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병리 현상과 사회 변화 속에 왜곡되는 개인의 삶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여내면서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모두 인정받았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병리적 강박과 타인과의 단절에 주목하면서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동과정을 문학으로 기록했다.

고인은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변되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선 작가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고인의 작품이 영화 및 TV 같은 대중매체와 결합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을 두고 상업주의적 면모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세련된 문체로 도시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고인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건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하면서부터다. 당시 서울고등학교 2년생이었던 고인은 “그때 심사위원은 황순원·안수길 선생이었는데 두 분은 ‘신선한 문장이 돋보인다’는 심사평을 해주었지만 막상 시상식장에 고등학교 2학년생이 나타나자 ‘속았구나’ 하는 표정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오기가 생긴 고인은 1966년 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견습환자’를 응모하고 입대한 뒤 기합을 받다가 당선 소식을 들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입선을 기점으로는 올해로 꼭 등단 50년을 맞았다.

고인이 대중에게 폭넓게 알려진 것은 소설 ‘별들의 고향’을 신문에 연재하면서부터다. ‘별들의 고향’은 1973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당시로는 파격적인 100만 부 판매를 기록했고 당시 전국의 술집 아가씨들이 너도나도 가명을 작품의 주인공인 ‘경아’로 고쳤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별들의 고향’은 1974년 이장호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더욱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 ‘고래사냥’과 ‘깊고 푸른 밤’, ‘겨울여자’ 등 고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잇따라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고인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동시에 본격문학도 인정을 받아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섭렵한 다복한 작가였다.

고인의 문학은 1987년의 가톨릭 귀의를 계기로 종교와 역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980년대 말 백제에 푹 빠져 ‘왕도의 비밀’을 냈고 이어 조선시대 불교의 거봉 경허 선사를 주인공으로 한 ‘길 없는 길’을 출간했다.

그는 ‘잃어버린 왕국’ ‘상도’ ‘해신’ 등 역사를 다룬 작품을 잇따라 내놨고 ‘상도’와 ‘해신’은 TV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고인은 2008년 침샘암 발병 이후에도 신작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발표하는 등 창작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천주교와 관련한 작품을 구상하면서 자료수집을 했다는 게 지인들의 얘기다.

올해 초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낸 산문집에서 고인은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어서 어서 꽃 피는 춘삼월이 왔으면 좋겠다. 혹여나 이 책을 읽다가 공감을 느끼면 마음속으로 따뜻한 숨결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그 숨결들이 모여 내 가슴에 꽃을 피울 것이다”라고 했다.

최인호는 떠났지만 고인에게 따뜻한 숨결을 보내고 싶은 독자는 여전히 적지 않을 것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