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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모호 포기… 韓·中 외교전 불가피”

“전략적 모호 포기… 韓·中 외교전 불가피”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5-03-20 00:30
업데이트 2015-03-2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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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드 대응’ 전문가 진단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배치를 둘러싸고 대중 강경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면서 그동안 사드를 놓고 강조해 오던 ‘미국 측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 입장은 확실히 허물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드를 둘러싼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에서 중국이 이 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자국의 핵심 이해관계로 규정할 경우 한·중 간 외교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부담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중국을 향해 이렇듯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살펴보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의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몇 가지 외교적 실익을 놓쳤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우선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대중 강경 목소리를 내면서 향후 사드 배치 협상 시 대미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를 상실했다. 미국은 가만히 앉아 한국과 중국의 입장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이 때문에 향후 사드에 대한 공식 협의를 갖게 될 경우 손쉽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됐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대중 강경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은 한국 정부의 카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게 됐다”며 “향후 사드 배치를 놓고 안보 문제를 거론하며 2조원에 달하는 비용 중 상당부분을 요구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중 강경목소리를 내면서 외교적인 측면도 고려했어야 하는데 충분한 조율 없이 주권적 사안이란 명분으로 감정적 대응을 하면서 한·중 관계에 경제적 사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문제를 안보주권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패착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 중국이 정부를 향해 우려를 내놓는 것에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즉 차분하게 중국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넘어가면 될 일을 안보주권 운운하면서 모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이번 문제의 경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한·미 간에 사드를 둘러싼 협상이 시작되면 지역안보와 안정을 위한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중국에 설명하면 됐다”면서 “일본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정부가 중국이 우리에게 의견을 내는 것을 놓고 불쾌해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당장 한국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할 상황은 아니지만 여러 카드를 갖고 있다”며 “사드에 대한 불만을 다른 카드를 이용해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사드 문제를 대만이나 티베트와 같은 핵심 이해관계로 간주할 경우 외교적 보복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2000년 한·중 마늘 파동이나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직후 희토류의 대일수출을 금지하는 등 누구보다 강력한 칼을 휘두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9일 “사드가 모든 문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면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도 중요한데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5-03-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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