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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1)500만대 번뜩이는 감시사회

[CCTV,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1)500만대 번뜩이는 감시사회

입력 2014-08-25 00:00
업데이트 2014-08-2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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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하루 228회·직장인 130회… “마구 찍혀 무기력감 느껴”

#1. 지난 12일 오전 5시쯤 감모(19)씨는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집을 나섰다. 수강 신청을 하려고 들어간 PC방 입구와 내부에는 7대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학교 근처는 물론 친구를 만나러 간 홍대 거리에서도 CCTV에 수없이 노출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 출입문에 2대, 내부에서 5대의 CCTV를 발견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때는 안내판 등을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해 사람들에게 CCTV에 노출되고 있음을 알려야 하지만 식당 주인은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2.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27·회사원)씨는 지난 13일 종로구의 회사로 출근했다가 오후 7시 40분쯤 집에 돌아왔다. 김씨는 건물 로비와 엘리베이터, 사무실 입구와 복도, 비상계단 등 회사에서만 20회 이상 CCTV에 포착됐다. 회사 로비에는 CCTV 촬영 안내판이 있었지만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았다. 점심시간 종각역 근처 식당을 다녀오는 동안 34대, 퇴근길에 을지로3가를 지나면서 11대의 CCTV를 발견했다.

#3. 전업주부 이모(57·서울 강남구)씨도 아파트 근처 문화센터와 은행을 다녀오는 동안 CCTV에 39번 노출됐다. 이씨는 집 근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단지 안에서만 쓰레기 무단 투기 감시용과 방범용 CCTV 등에 32차례나 찍혔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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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CC)TV가 급증하면서 범죄 예방 등의 순기능 못지않게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낱낱이 감시해 극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약간 고개를 위로 쳐들면 주변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할 수 있다. 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 주택가에 설치된 CCTV. ② 영등포경찰서가 2012년 폭주족 단속을 위해 관할 구역 도로에 설치한 CCTV. ③ 서울시가 정류장 치안 등을 강화하기 위해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선릉역, 삼성역, 종합운동장역 등에 설치한 CCTV.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폐쇄회로(CC)TV가 급증하면서 범죄 예방 등의 순기능 못지않게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낱낱이 감시해 극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약간 고개를 위로 쳐들면 주변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할 수 있다. 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 주택가에 설치된 CCTV. ② 영등포경찰서가 2012년 폭주족 단속을 위해 관할 구역 도로에 설치한 CCTV. ③ 서울시가 정류장 치안 등을 강화하기 위해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선릉역, 삼성역, 종합운동장역 등에 설치한 CCTV.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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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13일 서울신문은 사전에 섭외한 학생과 직장인,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하루 동안 CCTV 노출 빈도를 점검했다. 대학생 감씨는 밖에서 머문 약 16시간 동안 228회, 회사원 김씨는 12시간여 동안 130차례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실시한 하루 중 민간 부문의 CCTV 노출 빈도 조사 방법에 준해 이뤄졌다. 통상적인 CCTV 설치 위치와 방향, 종류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대상자가 카메라에 노출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도록 했다.

김씨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는데 일상에서 이렇게 많은 CCTV에 노출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CCTV 뒤에 누가 앉아 있는지도 모르고 내 일상을 감시해도 좋다고 허락한 적도 없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24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공공 CCTV는 56만 5700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예방용이 26만여대로 가장 많았고 시설관리용(27만 8000여대), 교통단속용(1만 7000여대), 교통정보·분석용(1만 500여대) 순이었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등에서는 민간사업장과 건물주 등이 임의로 설치한 CCTV까지 포함하면 450만~500만대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공식 통계도 없고 아직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 등의 ‘순기능’만을 앞세워 CCTV를 늘리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및 인권 침해 대책은 뒷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CCTV를 공개된 장소에 설치할 때는 설치 목적과 관리 주체를 알리는 안내판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야 한다. 또한 수집된 정보는 범죄 예방과 수사,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 교통 단속, 교통정보 수집·분석의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규제나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화재·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해 설치한 CCTV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조사 당시 CCTV 안내판은 크기가 너무 작아 승객들이 알아보기 힘들었고 전동차 운전실에서 CCTV를 임의로 조작해 여성 승객들의 신체와 속옷이 선명하게 노출되는 위험이 있었다.

2011년 9월 이후 안행부에 적발된 CCTV의 부적절한 운용·관리 실태는 500여건에 불과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CCTV를 전수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몇몇 사례를 선정해 비슷한 사업장이나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연간 10여 차례 실태 조사를 나간다”면서 “대부분은 개선 권고이고, 개선 권고를 했는데도 시정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공연음란 혐의가 밝혀지는 과정 또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CTV를 수사 목적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혐의가 입증되기도 전에 공개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혐의가 분명하다 하더라도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담긴 정보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면 경찰이 대부분의 CCTV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4-08-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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