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국가인권위 조사관
서울신문과 폐쇄회로(CC)TV 실태를 공동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 박성훈(39) 조사관은 24일 “CCTV 영상을 이어 붙이면 개개인의 일상과 생활 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한국 사회에서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온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 조사에서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CCTV뿐 아니라 차량용 블랙박스와 스마트폰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성훈 국가인권위 조사관
-점점 은밀하게 설치되는 탓에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CCTV까지 감안하면 2~3배는 증가한 것 같다. 통상 민간 CCTV는 해마다 11%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해 현재 450만~500만대로 추정하지만 실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CCTV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CCTV는 범행 증거 수집에 유용할 뿐 범죄 예방 효과는 증명된 바 없다. 실질적인 범죄 억제 효과보다는 CCTV가 설치돼 있으면 범죄가 덜 일어날 것이라는 일종의 심리적 기대가 더 크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증폭되다 보니 국민이 공적 시스템을 믿지 않고 직접 감시하겠다는 심리로 CCTV를 설치하지만 역으로 자신이 감시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무분별한 사생활 노출이다. 영국은 CCTV가 많지만 개인 식별 정보나 사생활에 관한 노출이 우려되는 지점에서는 뿌옇게 처리하는 기술을 사용하는 등 프라이버시 보장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가 전무한 실정이다.
→CCTV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은 무엇이 있나.
-개인정보보호법 25조(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한) 하나뿐이다. CCTV 설치 목적과 운영·관리 방침이 나와 있지만 규범적인 수준에서 두루뭉술하다. 예를 들어 경찰이 ‘수사 목적’이라고 하면 거의 모든 CCTV를 다 들여다볼 수 있다. 또 누가 어디에 CCTV를 달았는지도 모르고 일일이 단속할 근거도 없기 때문에 민간 CCTV는 관리가 되지 않는다. 사전등록제 등을 통해 설치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가.
-많은 자치구가 공공 CCTV를 한 곳에서 통제하는 통합관제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CCTV 등 영상정보를 한 기관이 통합 관리하는 법률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한 곳에서 모든 지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로 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회 통제와 감시가 쉬워진다는 의미도 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8-25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