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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감원장의 ‘역공’…KB사태 악화가 배경

최수현 금감원장의 ‘역공’…KB사태 악화가 배경

입력 2014-09-04 00:00
업데이트 2014-09-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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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경영안정’ 위해 중징계 선택…KB 수습국면 가나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중징계(문책경고) 결정을 강행한 것은 ‘책임지고 모두 물러나라’는 강한 메시지다.

최 원장은 두 사람에 대한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수용할지, 중징계로 할지, 중징계로 한다면 두명을 동시에 할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일단 제재심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 적지 않았지만 KB사태의 조기해결을 위해선 두 사람이 한꺼번에 금융권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최 원장이 역대 금감원장으로는 처음으로 제재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향후 제재심의 역할론, 관치 등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건호 행장은 중징계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사임했다. KB내분 사태가 수습국면으로 넘어갈지 관심이다.

◇최 원장, 입장 급선회 배경은 ‘KB내분 사태 악화’

최 원장은 지난 21일 제재심 결정직후 나흘만에 열린 임원회의에서 “제재심의 결과와 검사 관련부서 실무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하고, 다각적으로 고민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26일쯤 최원장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KB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수차례 언급했던 최 원장으로서는 경징계를 결정한 제재심의 선택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제재심 직후만해도 최 원장은 ‘아쉽지만 어쩔 수 있느냐’며 결정을 수용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KB가 내분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장단 전원이 참석하는 템플스테이 행사를 열기로 해 기대감도 가졌다.

최 원장의 심경에 변화가 온 것은 지난주 중반이후다. 템플스테이 행사장에서 이 행장이 방 배정(본인은 개인적인 이유라고 해명)에 불만을 표출하며 주위의 만류에도 뛰쳐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어 26일 이 행장이 지주사 임원을 포함해 주전산기 교체계획에 관여한 임 회장측 인사 3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노골화했다.

이 행장은 고발대상에 임 회장을 넣지는 않았지만 고발장에 ‘허위사실로 교체 시도’, ‘교체를 강권’ 등 표현으로 임 회장의 강압적인 인사개입을 비난했고 이달 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제재심에서 임 회장의 개입을 지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원장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이 존재하는 한 KB 내분사태가 해결되기는 커녕 사태가 악화해 국민기업인 KB의 정상적인 경영이 위협받을 수 있고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최 원장이 관계 요로에 제재심 내용 번복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관련부서에 제재심 결정과 감형 기준의 법적 타당성 검토를 지시한 것도 이 즈음이다.

박세춘 부원장보는 “제재심 이후 기간에 지금과 반대의 경우(정상화)로 경영정상화가 잘되고 있었다면 징계를 위한 징계는 필요없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해 내분사태 악화가 징계 상향의 직접적인 이유였음을 내비쳤다.

◇임영록·이건호 중징계 근거는 ‘건전운영 저해’

최 원장이 제재심 징계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근거는 감독규정이다.

금감원이 운영하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18조 3항은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문책경고를 내릴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당초 금감원에서 징계안을 올릴 때 중징계 사유로 포함됐던 부분이다.

제재심은 논의과정에서 두 사람이 건전운영을 저해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전산 시스템 변경이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의 마찰로 지주 회장으로서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등의 소명을 받아들여 징계를 낮췄다.

주전산기 교체계획이 아직 매듭되지 않아 중징계 사유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감경 사유였다.

최 원장은 제재심 결정 이후 2주일간 KB사태가 악화하면서 징계원안의 적정성이 부각했다고 판단했다.

임 회장의 징계사유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수차례 보고받았으면서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고 사업을 강행 추진코자 자회사 임원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작년 7월 취임이후 감독자의 위치에서 주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 보고를 받았지만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기종검토 관련 컨설팅보고서의 왜곡보고, 성능검증(BMT) 결과 및 소요비용 허위보고 등 위법·부당행위를 확인하지 못해 사태확대를 방치했고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는 게 징계사유다.

최 원장은 이 행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금감원 검사를 요청하는 등 사태해결에 나선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내부 조언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원칙상 두 사람의 동반퇴진이 KB 앞날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는 후문이다.

박 부원장보도 “행장책임이 회장보다 가볍다 해도 결코 낮지는 않아서 동일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제재심 결정 첫 거부권…논란 예고

제재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재심 법적 지위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다. 원장은 제재심의 결정내용을 참고만 할 뿐 바꾸더라도 법률적 하자는 없다. 다만 선례가 없을 뿐이다.

민간위원 6명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제재심은 금감원 부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금감원 법률자문관, 금융위원회 간부 등이 참석한다. 정부측 인사가 참여하는 만큼 결정 자체가 행정행위로 볼 수 있다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금융위가 최원장의 선택을 수용할 경우 제재심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했는지가 쟁점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제재심 무용론도 나온다. 금감원은 ‘원장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하지만 제재심의 취지가 ‘각계 전문가의 공정한 심사’, ‘금감원장의 자의적인 제재권 견제’인데 취지 자체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최 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앞으로 공정성과 독립성을 가진 제재심의 심의결과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에 대해선 5차례의 논의와 소명절차 뒤에 정한 제재심 징계를 상황논리로 뒤집었다는 비난이 나온다.

당사자들의 반발 가능성도 있다. 오랜 공직생활을 해온 임 회장이나 금융연구원 출신의 경제전문가인 이 행장 입장에서는 최 원장의 결정이 자의적이라고 보고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구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이 행장은 별다른 의사표명없이 물러났다.

최 원장이 최종 결정에 앞서 양사 이사회 의장을 면담하고 특단의 경영정상화와 철저한 인적·조직 쇄신을 요청한 것은 이번 결정으로 KB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아직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중징계’를 자신하던 금감원이 두달간 제재심을 질질 끌고 최 원장의 최종 판단마저 두 주나 늦춰져 금융권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키운 점을 사과하고 자체적인 국민신뢰 제고방안과 위상 제고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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