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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임-이 중징계 발단 ‘전산교체’ 갈등은

KB 임-이 중징계 발단 ‘전산교체’ 갈등은

입력 2014-09-04 00:00
업데이트 2014-09-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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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중징계까지 불러온 ‘KB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은 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의혹 공방이다.

이 행장 측은 유닉스(UNIX)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한 기존 이사회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KB지주 측은 특혜 시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을 두고 무리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을 안팎으로 확산시켰다고 비판한다.

은행 주 전산기로 IBM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내년 7월 한국IBM과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이미 2012년 6월부터 전담반을 꾸려 기종결정 검토를 해왔다.

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컨설팅업체 언스트앤(E&Y)으로부터의 자문을 거쳐 차기 주 전산기 기종을 유닉스로 결정하고 작년 10월 임시 운영위원회와 11월 경영협의회의 승인을 각각 받는다. 당시 경영협의회에는 이건호 행장도 참석했다.

유닉스로의 전환 계획은 곧바로 이사회에 보고됐고, 은행 IT 부서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혹독한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실시했다. 새 운영체제로 전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문제 상황을 체크하고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산정한다는 목적이었다.

은행은 벤치마크테스트 결과를 종합해 4월 24일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주 전산기 전환계획안을 올리기로 했다.

이사회에 앞서 임시 운영위원회가 열린 4월 14일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는 이 행장에게 가격할인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전 협상가격보다 대폭 낮춘 1천500억원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메일 제안이 사실이라면 2천억원대의 유닉스 전환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이 행장은 이 이메일을 윤웅원 KB금융 부사장(CFO), 김재열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 정병기 은행 상임감사에게 보내 검토를 요청했다.

이 행장의 재검토 지시와 정 감사의 문제제기에도 4월 24일 이사회에서 유닉스 전환 계획은 사외이사진을 중심으로 원안 통과됐다.

이사회 직후 정 감사는 즉시 감사 착수를 지시했다. 5월 16일까지 진행된 내부감사에서 감사팀은 전산기 교체 안건 보고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보고서에는 유닉스 기반 시스템의 비용과 잠재 리스크 요인을 의도적으로 축소·누락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이런 자료 왜곡 과정에 지주사의 깊은 관여가 있었다는 내용도 담았다.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5월 19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감사결과 보고서 채택의 건이 주요 안건이었다.

그러나 사외이사 6명의 감사보고서 채택 거부로 결국 보고가 무산됐다. 이날 이사회 회의장에는 고성이 오갔다.

이사회 직후 이 행장은 임시 이사회 결과와 감사보고서를 주요 경영사항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당일 검사역을 파견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내부갈등이 외부로 불거진 순간이었다.

KB금융지주 측은 이 행장의 이런 행동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재열 지주 CIO는 19일 밤 입장문을 내고 “정 감사는 은행 경영협의회와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에 대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은 확산 일로였다. 5월 21일 유닉스 시스템 전환을 위한 입찰에서는 1개 업체만이 참여해 유효경쟁 상실로 사실상 사업 진행이 중단됐다.

5월 23일과 30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금감원 검사 이후까지 전산기 교체 사업을 중단시키기로만 합의했다.

감독당국의 검사 기간 이사회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앉는 듯했으나 6월 9일 금융당국이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와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다른 건도 포함됐지만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사안도 징계 사유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연이은 결정 연기 뒤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경징계 제재 결정을 내려 사태가 갈등 봉합 국면으로 흐르는 듯했다.

제재심은 임 회장이 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와 관련해 지주 전산담당책임자(CIO)가 은행 이사회 안건에 부당하게 개입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만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행장에 대해서도 최고경영자(CEO)로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부통제에 허점을 드러낸 책임이 있지만, 이사회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금감원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경징계를 결정했다.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 이후 두 수장은 화해 시도를 했으나 템플스테이 소동과 이 행장 측의 전산담당 임원 고발 조치로 갈등 봉합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4일 최수현 금감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뒤집고 임 회장과 이 회장 모두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확정하면서 KB 전산갈등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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