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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다음 행보는…소송전 등 장외싸움 예고

엘리엇 다음 행보는…소송전 등 장외싸움 예고

입력 2015-07-17 13:42
업데이트 2015-07-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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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무효소송 확실’사외이사 알박기’ 시도할 듯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패배했지만 추가 소송 제기 등의 방법으로 ‘뉴 삼성물산’을 상대로 끈질기게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엘리엇은 주총 결과가 나온 직후 “수많은 독립 주주들의 희망에도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의 최우선 카드는 합병 무효 청구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엘리엇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처분 사건 심문에서 “만약 주주 총회에서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을 승인한 뒤 합병 무효 소송이 제기되면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 본안 소송 제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은 투자 대상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소송전을 즐겨 썼다.

엘리엇이 아르헨티나 국채를 헐값에 사들이고 나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 액면가 전액을 받아내는 판결을 끌어냄으로써 아르헨티나를 기술적 디폴트로 몰고 간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아울러 엘리엇이 삼성뿐만 아니라 이번 합병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친 국민연금 등 ‘제3자’로 소송전의 전선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엘리엇은 최근 국민연금이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사실을 문제 삼으면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면 소송을 낼 수 있다는 취지의 ‘압박용 서한’을 국민연금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서 1,2심 법원이 엘리엇이 제기한 ‘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과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주요 쟁점에서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엘리엇의 추가 소송전이 큰 파괴력을 갖기는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한때 엘리엇이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를 제기하는 등 해외로 법적 분쟁을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은 일단 크지 않아 보인다.

엘리엇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투자책임자는 최근 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ISD 제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일축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반 소송일지라도 이번 사안의 성격상 엘리엇이 미국 등 해외에서 재판 관할권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대형 로펌의 기업 인수·합병 분야 전문 변호사는 “ISD는 정부 정책에 의해 외국인 투자자가 명백한 차별을 입었을 때 쓰일 수 있는 것인데 이번 사안에서 엘리엇이 피해를 호소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엘리엇은 법률 소송과 더불어 소수 주주로서의 권한을 활용, 합병 삼성물산을 압박하는 전술을 병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거 엘리엇을 비롯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투자 사례에 비춰봤을 때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사외이사 알박기’ 시도가 될 전망이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엘리엇이 소액주주나 다른 기관과 연대해 합병 법인에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넣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송 등 외부 압력을 중지하는 것과 거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엘리엇이 3% 이상의 제일모직 지분을 확보할 것인가도 관심이다. 현재 엘리엇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7.12%다. 1대 0.35의 합병 비율에 따르면 엘리엇의 합병 법인 지분은 2.03%로 낮아진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법률상 주주총회 소집 요구권을 갖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엘리엇이 이 같은 경우를 대비, 제일모직 지분을 일부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이 정면 공세로 나서 이사진 교체 시도에 나설 수도 있다.

엘리엇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임시 주총이라는 방법으로라도 삼성물산 이사진을 신선한 시각을 가진, 독립적이고 경륜이 있는 인재로 교체하는 것 같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언은 삼성물산 합병안 부결을 전제로 한 것이었지만 공격 목표가 합병 법인 이사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다만 2∼3%대의 지분을 갖고서는 이런 시도가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합병 삼성물산을 압박하다가 엘리엇이 자기 지분을 고가에 인수해달라는 ‘그린 메일’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엘리엇은 다수 투자 사례에서 5∼10% 안팎의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결국 대상 기업에 지분을 비싸게 넘기고 나왔다.

윤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과거 사례를 보면 사외이사를 한 명이라도 진입시켜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진의 처지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외부에서 계속 부담을 주는 것을 방치할 것인지, 경영 내용을 볼 수 있는 이사진에 넣어줄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되는데 양쪽 모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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