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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까지…피말리는 한표 전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까지…피말리는 한표 전쟁

입력 2015-07-17 13:54
업데이트 2015-07-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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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과 법정 공방에 여론업기 대결…52일간 우여곡절 종지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17일 통과됐다. 지난 5월 26일 전격적으로 합병 계획을 발표한 지 52일 만이다.

합병회사가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사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될 것이라는 미래가 제시됐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삼성과 엘리엇은 법적 소송을 벌이는 한편 주총 표결에서 우호지분을 더 막이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 합병 발표 이튿날 “불공정” 제동…치열한 법적 공방

엘리엇은 합병 발표 이튿날부터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이 불공정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 확보, 7.12%로 ‘3대 주주’로 올라선 엘리엇은 6월 4일 삼성물산에 현물배당을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삼성 계열사에도 합병 반대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법적 조치에도 들어갔다. 법원에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총회 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주총 안건인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제지하기 위해서였다.

삼성도 반격에 들어갔다. 삼성물산은 6월 10일 자사주 5.76%를 KCC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KCC가 ‘백기사’로 나선 것이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서도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해 위법 소지가 있다”며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에는 주주명부와 이사회 회의록을 열람, 등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주들을 두루 접촉해 반대 세력을 모으겠다는 의도였다.

삼성물산은 이를 허용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현물배당 등의 안건을 주총 안건으로 확정했다.

엘리엇은 6월 19일 열린 가처분 신청 첫 심문에서 “삼성 오너가가 삼성전자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엘리엇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악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엘리엇은 항고했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기각, 법적 싸움은 삼성의 승리로 돌아갔다.

◇ “단 한주라도 위임해달라”…마지막까지 ‘표심잡기’ 전쟁

주총이 예정대로 열리게 됐지만 표 대결에 들어갔을 때 결과는 예측이 어려웠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기관투자자, 외국인 주주, 소액주주 등의 표심이 변수였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각각 찬·반 세력 결집에 나섰다.

엘리엇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견해’라는 27쪽짜리 영문 설명자료와 한글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맞서 삼성물산은 새 홈페이지 ‘뉴삼성물산’을 별도로 개설, 합병의 배경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6월 30일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주주친화 정책과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제시했다.

임직원들은 해외를 찾아다니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대면 설득에도 나섰다.

그러나 지난 3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발표한 보고서는 삼성 측에 걸림돌이었다.

ISS는 “저평가된 삼성물산 주가와 고평가된 제일모직 주가의 결합”이라며 투자자들에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도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물산은 “국내 시장 현실을 도외시한 보고서”라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입장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극 방어에 나섰다.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국내기관들도 대다수 찬성 의사를 전해왔다.

마지막 승부처는 소액주주표의 향배였다.

삼성물산은 주총을 나흘 앞둔 13일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고 “주식 단 한주라도 위임해달라”고 호소했다. “엘리엇이 합병 주총을 무산시키려 합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미래가 방해받아서야 되겠습니까”라고도 했다.

이후 하루 3천500여명의 주주들이 삼성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등 광고 효과는 컸다.

안심할 수 없던 삼성물산은 임원부터 평사원까지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등 비장한 모습이었다.

엘리엇도 폴 싱어 회장이 13년 전 한일 월드컵 때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한국 여론에 구애했다.

양측의 50여일간의 장정은 일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엘리엇이 주주제안한 현물배당안과 중간배당안은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엘리엇의 과거 행적을 볼 때 삼성과의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엘리엇은 이미 “합병이 위법, 불공정하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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