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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관학교’ 대우증권의 45년 영욕

‘증권사관학교’ 대우증권의 45년 영욕

입력 2015-12-24 14:25
업데이트 2015-12-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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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1위’에서 후발주자 미래에셋 품으로

KDB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16년 만에 산업은행 품을 떠나 새 출발을 하게 됐다.

대우증권은 1970년 증시 태동기에 설립돼 한국 주식시장의 굴곡과 궤를 같이해온 증권업계의 ‘맏형’이다.

모태인 동양증권이 1973년 대우실업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대우 가족의 일원이 됐다. 1983년 10월 ‘대우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뒤 몸집을 불려나가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독보적인 1등 증권사로 군림해왔다. 탄탄한 ‘맨파워’가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증권사관학교’란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숱한 증권가 인재들이 대우증권을 통해 배출됐다.

홍성국 현 대우증권 사장을 비롯해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김기범 전 현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트러스톤연금포럼 대표,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등 업계의 유력 인사 중 상당수가 ‘대우맨’이다.

특히 1984년 설립된 대우경제연구소는 국내 최초의 민간 연구소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핵심인력들을 대거 배출해냈다.

대우경제연구소와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에 근무했던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는 대우증권과 여타 증권사로 분류되던 시절”이었며 “휴가를 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근무 환경이었지만, 모두가 업계 최고라는 프라이드를 갖고 일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1등 증권사’도 외환위기 파고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증권의 최대주주는 제일은행 등으로 변경됐고, 대우 계열에서도 분리됐다.

2000년 5월 산업은행으로 다시 한번 최대주주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우증권의 업게 순위가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우증권이 갖는 브랜드 파워는 변함이 없었다. 특히 투자은행(IB) 업무와 국내 102곳의 점포를 기반으로 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업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왔다는 평을 받는다.

이 때문에 자산관리와 해외투자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성공적으로 결합이 이뤄지면 국내에서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IB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16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된 대우증권의 내부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업계 안팎에서도 45년 역사의 대우증권이 한참 후발 주자인 미래에셋증권에 피인수된다는 사실에 자존심을 구겼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4일 “미래에셋증권이 처음 생겼을 때 대우증권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왜’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쪽으로 피인수된다고 하니 ‘어쩌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더 직접적인 우려는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과 맞닿아있다.

대우증권 직원들은 같은 업종의 대형사가 새 주인으로 오게 되는 만큼 중복 지점이나 관리 부서 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우증권 노동조합은 미래에셋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반대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자용 노조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 적어낸 인수금액은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자기자본의 70% 이상을 지분 매입에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무리한 인수”라고 지적했다.

이 노조위원장은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인수는 결국 회사뿐 아니라 고객, 주주, 직원 등 모든 이해당사자를 파탄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1월4일부터 6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가 이질적인 두 회사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노조가 있는 대우증권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노조가 없다. 통합 후 ‘대우’ 브랜드를 사명에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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