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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ㆍ신불자 전락’에 무차별 칼부림

실직ㆍ신불자 전락’에 무차별 칼부림

입력 2012-08-23 00:00
업데이트 2012-08-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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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으려니 억울하다”…통제력 잃고 원한 폭발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전 직장동료와 행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모(30)씨는 전 직장을 그만둔 뒤 실직과 생활고 등이 이어지자 자기 통제력을 잃고 오랫동안 품어온 앙심을 폭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09년 A신용평가사에 스카우트될 때까지만 해도 부모 도움 없이 생활비를 벌어왔을 정도로 비교적 열심히 생활한 직장인이었다.

2007년부터 한 업체의 휴대전화 요금 미납관리 업무를 하던 김씨는 2009년 10월 A사가 새로 만든 휴대전화 해지전팀에 영입됐다. 개인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됐을 때 고객에게 연체사실을 알리고 추심하는 업무였다.

이 회사 입사 초기 12명이던 팀원이 3개월여 만에 40여명으로 늘었고, 김씨는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부팀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쟁에 팀원들 사이에 분열이 생겼고, 팀원 중 일부는 부팀장이 된 이후 신입사원 교육 등으로 업무가 과중돼 실적이 떨어진 김씨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실적 부진에다 동료들의 비난까지 받게 된 김씨는 결국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입사 1년여만에 스스로 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 때부터 김씨에게는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김씨는 퇴사 5개월만에 대출영업회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했으나 이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또다시 회사를 그만뒀으며, 이후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으로 생활했다.

결국 유명 신용평가회사 부팀장까지 올랐던 김씨는 이 회사를 그만둔 지 2년도 안돼 4천만원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또 이 때문에 취직을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거처를 고시원으로 옮기고 노트북 등 가진 물건까지 팔아봤지만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었던 김씨는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생각했다.

그러던 중 1~2개월 전부터는 ‘열심히 일해서 빚없이 잘 살아온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모든 게 나를 험담했던 동료들 때문이며 혼자 죽으려니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됐으며, 자신을 괴롭혔던 동료 6명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충동이 들 때마다 흉기를 사서 모았고, 숫돌을 구입해 칼을 갈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범행 당일 자기 통제력을 모두 잃고 전 직장인 A사 인근에 찾아가 상사였던 김모(32)씨와 부하직원이던 조모(31·여)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다가 길에서 마주친 행인 안모(32.여)씨와 김모(31)씨에게도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한편 김씨는 A사 정식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자격인 ‘위임직 채권 추심원’으로 신분이 불안정했고 급여의 상당부분은 추심 건당 받는 수수료여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업무”라며 “성과에 따라 월급을 받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동료 간 경쟁자라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씨가 범행을 저지른 A사 주변 거리 곳곳에는 전날 밤의 참혹한 모습이 남아있었고, 구청에서 나온 물청소차가 분주히 범행의 흔적을 지웠다.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A사는 경비원들을 동원해 로비 출입부터 막았다.

이 회사 직원들도 담배를 피우러 나올 때 출입증 목걸이를 벗거나 손으로 가리는 등 외부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A사 앞에서 만난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회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황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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