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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살인미수범 “같이 죽으려…느낌대로 했다”

울산 살인미수범 “같이 죽으려…느낌대로 했다”

입력 2012-08-23 00:00
업데이트 2012-08-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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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부모이혼후 홀로 지내 불안ㆍ우울‥’묻지마 범죄’로 표출된 듯

“같이 죽으려고 했다”, “느낌대로 갔다”, “끌리는 대로 했다”

슈퍼마켓 여주인을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포승줄과 수갑을 차고 23일 울산 중부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이모(27ㆍ무직)씨가 밝힌 범행 동기다.

얼굴을 다 덮은 긴 더벅머리에 180㎝나 되는 큰 키의 이씨는 이리저리 상하좌우를 쳐다보면서 횡설수설하는 등 안절부절못했다.

이씨는 지난 21일 밤 자신이 사는 동네의 단골 슈퍼마켓에 평소처럼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여주인(53)에게 다가가 흉기로 배를 한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주인 부부가 함께 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였더라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여주인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공개한 사건현장 폐쇄회로(CC)TV에서는 이씨의 끔찍한 범행이 그대로 찍혔다.

한번씩 들를 때마다 많게는 5만원어치 과자를 사가던 단골손님인 이씨가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던 여주인은 여느 때처럼 이씨가 과자를 사러 온 줄만 알았다. 이씨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가 느닷없이 손에 든 흉기로 여주인의 배를 찔렀다.

놀란 여주인은 아픔도 잊고 곧바로 남편과 함께 바로 앞에 세워둔 철제 가판대를 들고 이씨가 재차 휘두르는 흉기를 막아냈다.

여차하면 또다시 흉기에 당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힘겹게 이씨를 밀어내며 밖으로 나간 뒤 슈퍼마켓 문을 닫아 이씨가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그 사이 긴급출동한 경찰관 2명이 전기충격기로 저항하는 이씨를 쏴 곧바로 검거할 수 있었다.

이씨가 매고 있던 가방에는 그동안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듯 식칼 1개, 커터 칼 7개, 망치, 드라이버, 마스크 등이 들어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10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부터 거의 혼자서 방 2칸의 단독주택에 혼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는 따로 살고 집을 나간 누나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씨 자신도 언제부터 혼자 살았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씨의 방에는 TV 한대만 놓여 있고 그 흔한 컴퓨터마저 없었다. 휴대전화는 있었지만 이미 통화기능이 안 되는 먹통이었다. 친구도 없었다.

중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으로 뾰족한 직업도 없었다. 그나마 1년 전에 잠시 대형할인마트에서 일했다.

아무도 없이 홀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아온 은둔형 인간인 셈이었다.

그는 이혼한 부모가 한번에 20만원씩 주는 용돈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전력도 없는 초범의 이씨는 이번 범죄를 저지른 것을 후회하느냐는 물음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가 재차 묻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감정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듯 경찰서 안에서 내내 불안, 초조감을 드러냈다.

담당형사는 “이씨가 자꾸 울어서 달래면서 겨우 조사했다”며 “이씨의 어머니에게 아들의 사건을 알리자 울면서 ‘아들이 혼자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담당경찰관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은둔형 인간의 범죄”라며 “혼자 살면서 불안, 우울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이상해지다가 결국 각종 불만이 범죄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무직, 생활고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 불특정인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어버릴 것을 결심하고 사건을 저지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하고 이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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